[충청매일] 전광훈 목사라는 한 개인의 어긋난 정치적 신념이 코로나 국면에서 국가와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 책임을 어떻게 질지 묻고 싶다.

지난 15일 전광훈 목사가 속한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광복절 집회를 강행했다. 이날 집회에서 연단에 오른 사람들의 발언을 보면 신앙을 가진 기독교집단의 집회가 아니라, 오직 현 정부를 규탄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회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같은 정치적 집회도 좋지만, 코로나 감염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수도 없이 들었을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집회를 강행했다는 것은 국가라는 공공의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정된 방역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던 우리나라가 갑자기 신천지 사태 때 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 환자 발생은 지난 몇 달간 질병관리본부 및 각 지역 자치단체 공무원, 의료인 등 공공의 영역에서 밤잠 못 자가며 노력한 결과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였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각종 예술공연 등에서 극소수의 관객을 두고 경기와 공연을 시작한 것이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기적이 전광훈 목사의 현 정부에 대한 집요한 부정으로 한순간에 파괴됐다.

정치적으로 노선이 달라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전 목사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이 수 없이 죽고, 경제가 최악이며 실직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사정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우리나라 관계자들이 목숨 걸고 노력한 결과가 지난주까지의 상황이었다. 그 기적같은 상황을 기독교라는 허울을 쓴 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망가트려 놓았다.

전 목사 당사자는 코로나 환자가 돼 병원에서 치료중이라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수도 없이 퍼져 나가고 있어 환자들이 겪을 고통과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 그로 인해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심각하다. 

공공의 안전이 우선인 법원이 코로나 정국의 위기를 무시한 채, 집회를 허가 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법원이 국민의 안전 보다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대한 책임도 반듯이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8일 현재 457명이다. 심각한 것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했느냐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방역당국은 교회 확진자들의 노출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교회활동을 통해 상당 기간 반복적인 노출 및 전파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전 도민에게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군인들은 2주간 휴가를 전면 금지했다. 학교와 학원, 프로운동경기, 문화예술 공연 등 모든 게 정지되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전광훈 목사와 부회뇌동(附和雷同)하며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전·현직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이 어떤 말을 내 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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