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동부창고는 옛 연초제조창 부속 건물로 2004년 연초제조창이 폐지되기까지 담배 공장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청주시가 연초제조창을 매입하면서 예전 건물이 원형으로 남아있다. 몇 해 전부터 진행해온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들어서고 연초제조창 본관이 문화재조창 C로 새롭게 조성되면서 청주시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부창고 역시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낡은 창고가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되어 운영되고 있다. 동부창고 부지에는 7개의 건물이 있다. 34동을 비롯해 5개 동은 새롭게 조성되어 운영 중이다. 34동에는 다목적홀, 푸드랩, 갤러리, 목공예실이 있으며, 35동은 연습공간으로 사용되며, 36동 생활문화센터는 동아리실, 교육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된 공간들은 청주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34동 건너편으로는 6동과 8동이 있다. 6동은 이벤트홀이다. 별다른 시설 없이 창고 형태 그대로다. 8동은 카페로 운영되는데 청주에서도 규모가 큰 카페 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형태를 보존하여 문화공간으로 조성되는 일은 좋은 현상이다.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공간은 더 조성될 필요가 있다. 아직도 문화공간 특히, 예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청주예술의전당, 청주아트홀 등 몇 개의 공연장이 있지만, 공연 특성을 고려한 공연장은 아니다. 연극, 음악, 무용 등 모든 공연을 소화하는 전천후 공연장이다. 스포츠의 경우 야구장, 수영장, 축구장, 농구장 등 특성에 맞는 경기장이 별도로 존재한다. 반면, 공연장은 그렇지 못하다. 연극 전용 극장은 연극 단체가 운영하는 극단에 의존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전시장을 대관하기도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문화재조창 C와 동부창고 공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긴 하지만, 시민에 예술인은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36동 연습실을 제외하고는 예술인이 활용할 만한 공간이 없다. 턱없이 부족한 공연장으로 인해 34동 다목적홀과 갤러리를 대관하긴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여 동아리 발표회 수준밖에 할 수 없다. 그나마 최근 조성된 문화재조창 C 5층에 마련된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러나 이 공간도 애초 공연장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 것이 아니므로 공연이 수월할 리 없다.

어찌 되었든, 문화공간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이 얼마나 이용할지, 공간 활용도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도 조성되고 있다. 이제 동부창고 37동과 38동이 남아 있다. 이미 예술교육시설을 조성하려고 추진 중이다. 조성이 완료되면 동부창고는 모든 리모델링이 완료된다.

국비 없이는 어려운 사업다보니, 그간 나라 돈 따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 고생도 안 한 사람이 이런저런 불만을 이야기 하는 법이라고 핀잔을 주겠지만, 집은 잘 꾸며놓고 주인도 없고 찾아오는 손님도 없이 점점 죽어 가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집의 특성을 잘 알고 관리할 사람이 집을 맡아 운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명색이 문화공간인데, 생활문화, 이벤트, 카페만 있고 예술이 없는 문화공간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지나친 편견일까. 동부창고 6동을 찾아오다 못 찾겠다고 화를 내며 내처 돌아선 이를 마냥 미워해야만 할 것인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