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비호와 왕발이는 한 파수 뒤 초여드레 청풍장이 열리는 날, 같은 날에 북진에서도 난장을 튼다고 각 임방에 연통을 넣거라!”

청풍도가 김주태를 잡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객주들은 시기를 놓고 왈가왈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최풍원은 갑자기 북진에서 난장을 틀자며 그것도 닷새 뒤에 열자며 모든 임방에 기별을 하라 했다.

“아니 대행수! 집안 어른 생일상을 차려도 며칠을 준비하는데 난장을 한 파수 뒤에 틀겠다니 잘못 말한 것이 아니오?”

북진장터 상전에서 싸전과 곡물전을 하는 박한달이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

“아니외다. 한 파수 뒤 북진에서 난장을 틀 것이오!”

최풍원이 박한달에게 분명 닷새 뒤라고 못을 박았다.

“이보게 대행수! 닷새마다 열리는 향시도 닷새는 준비해서 장을 여는데 모든 임방들을 동원해 난장을 트는데 닷새가 말이나 되는가?”

잡화전을 하는 장순갑이도 박한달이와 함께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각 임방들에서 내올 물산들은 무슨 수로 닷새 안에 여까지 옮길 것이오?”

피륙전 김상만이가 실질적인 문제를 들고 나오며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물론 촉박한 시일이 제일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각 임방에 쌓여있는 물건을 옮기는 것이었다. 김상만의 말에 여기저기서 객주들이 불가능하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파수나 세 파수 뒤쯤으로 미루면 어떻겠습니까요?”

어물전 김길성이가 슬쩍 최풍원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아니오! 한 파수 뒤에 합시다! 김주태 놈을 지금 몰아부쳐야 하오. 지금의 호기를 놓치면 청풍도가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오!”

최풍원이 다른 상전객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한 파수 뒤 난장을 밀어부쳤다.

“물산들은 어떻게 할 것이오?”

김상만이가 재차 물었다.

“여러 객주들도 알자시피 마차 스무 대는 이미 우리 여각에 들어와 있고, 영춘 우복술 어른께 부탁했던 두 척의 배도 모두 끝났다는 전갈을 영춘 심 객주로부터 받았소. 강 상류 쪽 물산들은 배로 옮기고 하류 쪽 물산들은 마차로 옮기면 되잖겠소? 그러니 오늘부터 상전객주들께서는 행상들에게는 물론 장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시오.”

최풍원은 조금도 물러설 의향이 없었다.

“대행수가 그리 한다면 그리 할 수밖에요.”

상전객주들도 최풍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화수는 난장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강수는 동몽회원들을 동원해 각 임방에서 들어오는 물산들 운반을 맡도록 해라. 그리고 팔규와 몇몇 아이들을 청풍읍내에 풀어 청풍도가 동태를 살피도록 해라!”

상전객주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도 북진여각에는 최풍원과 봉화수, 강수가 남아 한 파수 뒤 틀게 될 난장에 대해 숙의했다.

“어르신, 김주태는 지금 사면초과에 쌓여 있습니다. 지금의 난관을 빠져나오기 위해 반드시 무슨 모사를 꾸밀 것이 분명합니다요. 그러니 우리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놔야 할 듯합니다.”

봉화수가 김주태의 꼼수를 염려했다.

“이번 기회에 다시는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밟아놔야 하는데 만만치 않구나. 하지만 가는 길이 한 길이니 둘 중 하나는 쓰러져야 한다. 저승에서라도 김주태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최풍원도 김주태를 어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더더욱 둘이 공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풍도가 김주태의 기를 꺾기 위함이었다. 이미 김주태를 비호하던 탄호대감과 청풍부사 이현로와의 관계가 끊어져 큰 기세는 꺾였지만 썩어도 준치는 준치였다. 이제껏 청풍읍내에서 대를 이으며 다져온 기반이 있었다. 그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리는 없었다. 아직도 청풍 사람들이면 장사꾼들은 물론 고을민들까지도 청풍도가라고 하면 무조건 설설 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청풍읍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장꾼들을 북진으로 옮겨오게 하는 일이 그중 큰일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청풍도가의 힘을 빼고 김주태의 목을 더욱 옭죄기 위해서였다. 최풍원은 이번에 여는 북진난장에서 청풍도가에 치명타를 날릴 요량이었다. 북진여각에서는 한 파수 뒤 난장을 틀기위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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