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77)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77)
  • 충청매일
  • 승인 2020.08.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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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김주태가 약조를 어기고 버틴다거나, 만약 부당하다며 관아에 진정이라도 넣는다면 우갑노인 입장에서도 마냥 당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억울하다며 소가 제기되면 관아에서 조사를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갑노인이 김주태를 속이기 위해 있지도 않은 나무로 팔아먹으려한 것이 들통 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김주태의 목을 죄려고 꾸민 일인데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 뭘 어쩌겠다는 거요?”

우갑노인이 성을 내며 일어서자 김주태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당신이 약조를 어기고 어거지를 부리니 어쩌겠소. 난 이 문서를 가지고 충주로 가 큰 거상에게 넘겨버릴 거요.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오! 그들한테도 나한테 한 것처럼 떼거지를 쓰나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

우갑노인이 겁박했다. 김주태 얼굴이 일그러졌다.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뭐 있겠소이까?”

김주태가 사정조로 우갑노인을 붙잡았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어거지를 쓰는데 좋은 방법이 있을 턱이 있소?”

우갑노인이 짐짓 뿌리치는 체 하며 김주태의 말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외면했다.

“그러지 말고 더 얘기를 해봅시다!”

“필요 없소!”

김주태가 사정했다. 하지만 우갑노인이 매정하게 뿌리쳤다. 우갑노인은 김주태 같은 종자를 어떻게 다루면 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김주태 같은 자는 땅 짚고 헤엄치듯 살아온 자였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을 가지고 배짱을 부리며 없는 이웃들 등을 쳐 치는 일테면 집안 호랑이었다. 대체로 그런 자들은 자기를 알아주는 영역 안에서는 거들먹거리며 온갖 거드름을 피워도,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타관이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조금만 강한 자를 만나면 금방 풀이 꺾였다. 우갑노인이 타지 사람에게 그것도 닳고 닳은 타지 장사꾼에게 약조하며 써준 문서를 넘겨버리겠다고 하자 김주태는 갑자기 몸이 달았다.

“제발 앉아서 얘기를 하십시다!”

김주태가 일어나 우갑노인을 주저앉혔다.

“할 말 없다는데 왜이러시나! 그럼 약조한 대로 땅을 넘겨주시겠소이까?”

우갑노인이 못이기는 체 도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다시 본론을 꺼냈다.

“뭐가 그리 급하오이까? 천천히 얘기를 해보십시다.”

김주태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난, 바쁘오. 약조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난 가겠소! 그러니 빨리 말하시오!”

우갑노인이 채근하며 다시 일어서려는 시늉을 했다.

“알았소! 알았소! 내, 땅을 주겠소이다!”

“정말이오?”

“주겠소이다! 그런데…….”

김주태가 약조한 땅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런데 뭐요?”

우갑노인이 되물었다.

“약조한 것은 지킬 테니 그쪽에서 내 사정을 좀 봐주시면 안 되겠소이까?”

김주태가 한껏 공손하게 부탁했다.

“어떻게 사정을 봐달란 말이오?”

우갑노인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약조한 것의 반만 받으면 안 되겠소이까?”

김주태가 우갑노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무 값만 해도 그게 얼만지 아오? 일만 냥이 넘소! 게다가 그것 때문에 우리 상전에서 입을 타격을 생각하면 여기 청풍바닥에 있는 당신 땅 모두를 줘도 될까 말까요. 그런데 반만 하자고요?”

우갑노인이 쌍심지를 켜며 김주태를 얼러댔다.

“그건 미안하외다. 나도 부러 이렇게 한 것은 아니니 이해를 해주시오. 그리고 나무는 썩는 물건이 아니니 다시 때를 맞춰 팔면 되잖소이까?”

“이 양반이 남의 손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재산만 지킬 심산이네! 나무 값만 일만 냥에 일이 어그러져 본 손해만 쳐도 이만 냥이 족히 넘을 것이오. 거기에 상전 피해까지 치면 백 마지기를 받아도 택도 없소! 어쩌겠소?”

“백마지기? 어이그! 어이그!”

김주태가 창자가 끊어지는지 죽는 소리를 했다.

“당신이 그리 애원을 하니 그 절반, 쉰 마지기만 주시오! 대신 쉰 마지기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땅 중에서 문전옥답만으로 주시오. 그러니 더는 딴소리 마시오! 만약 그리 하면 당장 이 문서를 넘기고 나도 내 실속을 챙길 것이오!

우갑노인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어이그! 어이그!”

김주태가 배가 아파 어쩔 줄 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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