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코로나19는 종식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지구촌의 한쪽은 폭우, 한쪽은 폭염, 또 한쪽은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설령 코로나19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더욱 심대한 파도 속에 들어와 표류하고 있는 작은 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후, 폭염과 산불, 산불과 폭우 등 기후재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폭우 문제를 짚어보자. 5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역대급 장마, 시간당 강우량 80~90㎜ 가량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 제방붕괴, 범람과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연일 호우경보가 발령되는 가운데 이미 33명의 사망자와 9명의 실종자가 발생했고 이재민은 7천600명을 넘어섰다. 중국은 더욱 심각했다. 두 달 동안 계속된 남부지방 홍수로 수재민은 5천만명을 넘어섰고 150명 이상의 사망자, 24조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일본도 한 달 가량 지속된 폭우로 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시베리아 이상 고온 현상이 이 같은 긴 장마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예측은 점점 더 불가능해진다.

지구촌의 다른 곳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7월말 영국 런던 서부지역은 37.8도, 스페인 북부지역은 42도를 기록했다. 폭염에 싸인 유럽 곳곳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2018년 북반구 전체를 강타한 폭염은 더욱 끔찍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48.9도, 아프리카 알제리 51.3도, 남유럽도 최고 47도까지 치솟았다. 열사병 사망자가 속출하고 온열 질환자가 급증했다. 그해 여름 우리나라도 최악의 폭염을 경험했다. 강원도 홍천은 41도로 최고 기록을 갱신했고, 서울시도 39.6도, 충북 충주시도 40도까지 올라갔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같은 기간 최장을 기록하였다. 그런데 불과 반년 전 미국과 캐나다 일부지역은 영하 50도의 혹한을 겪어야 했다.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강추위로 학교는 문을 닫고 도로는 폐쇄되었다. 같은 시기 호주는 50도에 이르는 폭염에 휩싸였다. 무려 100도의 온도 차이를 겪으며 살아가는 셈이다.

올해 초 가장 심각했던 글로벌 이슈는 호주 산불이었다. 2019년 9월에 시작하여 5개월 이상 지속된 최악의 대형 산불이었다. 폭염과 가뭄이라는 기상이변 때문이었다. 2020년 1월 호주 시드니 서부지역은 48.9도, 수도 캔버라도 44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면적 보다 큰 1천800만㏊의 토지가 소실되었으며, 4억t 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코알라, 캥거루 등 12억5천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었다. 2020년 5월에 시작된 시베리아 산불은 이미 115만㏊ 이상의 산림을 태웠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역시 이상고온 현상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시베리아 상반기 기온은 다른 해에 비해 평균 5도, 6월에는 10도 이상 높았다.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6월 20일 기온은 38도를 기록하였다. 북극권 이상고온이 아시아 중위도 지역 폭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050 거주불능지구’의 저자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는 지구온난화가 일으킬 수 있는 기후재난의 12가지 위협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서술하였다.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린 재난들,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마실수 없는 공기, 질병의 전파, 무너지는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폭우, 폭염과 산불은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기후재난의 전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불과 몇 년 후 겪을 수 있는 많은 일들 중 극히 일부를 아주 낮은 수준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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