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게 어떤 땅인데, 으흐!”

김주태가 이 앓는 소리를 했다.

김주태가 그리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만일의 경우 약조한 것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배상하기로 한 김주태의 땅은 청풍도가의 근간이었다. 김주태가 가지고 있는 땅은 청풍관내에서도 노른자위였다. 그 땅은 김주태의 선친 김 참봉이 때부터 대를 이어 소작인들 등골을 빼서 만든 땅이었다. 그 땅이 지금의 청풍도가를 만드는데 종자가 되었고, 야금야금 땅을 넓혀 지금은 청풍읍성 내의 대부분 전답이 김주태의 땅이 되었다. 그 땅은 청풍도가의 바탕이었다. 김주태는 그 땅을 고을민들에게 소작을 주고 거기에서 생산되는 물산들을 청풍도가를 이용해 내다 팔았다. 그렇지만 정상적으로 소작을 주고 제 값을 받고 팔았다면 절대로 지금의 부를 축적할 수 없었다. 갖은 명목으로 소작료를 착취하고 생산된 물산들은 형편이 어려운 고을민들에게 꿔주고 복복리로 쳐서 받아냈다. 대를 이어 그 짓거리를 해서 지금의 부를 이룬 것이었다. 지금도 그 땅은 청풍도가를 유지하는 원천이었다. 그런 목숨줄 같은 땅을 잃게 되었으니 김주태 입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당신 때문에 우리 상전도 거덜 나게 생겼소. 거덜뿐이오? 한양의 지체 높은 양반들과의 약조도 어그러뜨렸으니 모가지도 달아나게 생겼소. 그러니 그 보상으로 처음 약조한 대로 그 땅을 내놓으시오!”

우갑노인이 처음 약조할 때 김주태가 써준 문서를 들이대며 땅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김주태도 자신이 이런 곤경에 처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갑노인과 약조를 할 당시에 김주태는 이미 뗏목을 옮길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다. 동강 뗏꾼들을 매수해 모두 자신의 수중에 들어와 있었고, 목상들로부터도 뗏꾼들을 이용해 챙길만큼 챙긴 후였다. 이제 장마가 져 물이 불면 떼만 띄우면 될 일이었다. 그런 차에 우갑노인으로부터 횡재나 다름없는 제의가 들어왔으니 김주태는 얼씨구나 하고 덥석 약조를 하고 문서까지 써준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자신의 목을 죌 줄은 그때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보시오, 약조는 그리했지만 사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소이까. 그러니 다시 찬찬히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김주태가 한껏 몸을 낮추고 사정조로 말했다.

“한시가 바쁜데 무슨 얘기를 나누자는 거요?”

우갑노인이 김주태 말을 귓등으로 흘렸다.

“그 땅을 다 넘겨줄 수는 없소이다!”

갑자기 김주태가 때거지를 썼다.

“그게 무슨 소리요?”

“서로 운수가 사나워 그리 된 일이니 우리가 서로 손해를 봅시다.”

“서로 손해를 보다니?”

“나도 그쪽 나무를 옮겨주지 못해 반 손해가 났으니, 그쪽도 반만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거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

“말이 안 될 건 또 뭐요?”

“그쪽만 믿고 있다가 지금 우리 상전은 망하게 됐는데, 당신은 당신 손해 보는 것만 따지고 있소? 어찌 행위 보따리가 그 모양이오!”

“행위 보따리?”

김주태 눈꼬리가 한껏 치켜졌다.

“통사정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심보를 그리 고약하게 쓰니 나도 그럴 생각이 없소! 처음 약조한 대로 모두 내놓으시오!”

우갑노인이 문서를 김주태 면전에다 들이대며 말했다.

“할 테면 해보시오. 나도 그 땅을 몽땅 빼앗기지는 않을 거요!”

김주태도 이판사판으로 막 나왔다.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소이다!”

우갑노인이 김주태를 노려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맘대로 하시오!”

김주태도 막무가내로 나왔다.

“그래도 나는 그 땅을 받아 당신에게 경작을 맡길 요량을 했소. 그런데 그리 나온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소!”

“내 땅을 내가 부치는데, 왜 내가 당신한테 그걸 빌린단 말이요?”

김주태는 아직도 그 땅 주인이 자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시오!”

우갑노인이 문서를 챙겨 소맷자락에 넣고 일어섰다.

우갑노인도 김주태가 그 땅을 순순히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렇지만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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