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통장이나 전자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OTP카드와 같은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행위로 처벌받게 됩니다. 보통 이러한 방식으로 양도된 접근매체 등은 보이스피싱 범죄 혹은 각종 불법 도박자금의 수령 목적 등으로 악용되어 금융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해악이 큽니다. 이런 이유에서, 범행에 악용하는 양수인 뿐만 아니라 양도인 또한 처벌의 대상으로 삼으며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이유는, 대부분의 범행의 동기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서 100만원 남짓의 얼마되지 않는 양도의 대가를 얻기 위함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건데, 생활고의 어려움이 형사처벌의 위험성을 충분히 감수하게 만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빌려 준 통장에 거액이 들어온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순간적으로 그 돈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이에 만약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내 통장에 들어온 것을 알고 이를 사용한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제시하면, 전자금융법 위반과는 별도로 ‘횡령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즉 내 앞으로 들어온 범죄수익금을 가로채 통쾌하게 사용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일 뿐, 실제는 별도로 횡령죄로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볼까 합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의 개설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통장을 만들어 계좌번호를 양도하였습니다. 이를 양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로부터 소위 수수료 명목의 피해금액을 해당 계좌번호로 수령하였는데, A씨는 그 금원을 무단으로 인출하여 사용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원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로부터 해당 피해금원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횡령죄와 관련하여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예금계좌가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피해자가 돈을 송금한 경우 사기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파기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과연 계좌명의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이러한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변경되지 않는 이상은 계좌명의인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통장에 들어온 것을 알고 이를 인출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별도로 ‘횡령죄’의 책임까지 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양도인의 접근매체 양도행위에 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처벌보다는 횡령죄의 처벌의 정도가 중하고, 그 피해금액이 큰 경우 구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처벌의 내용을 잘 알고 무심코 경제적 이유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인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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