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봉화수와 비호도 동몽회원들과 함께 급히 영월 맏밭나루를 떠나 북진여각으로 돌아왔다. 청풍도가 김주태의 꼼수를 무산시켜버렸으니 이제 더 목을 옥죄기 위해서였다. 북진여각에는 최풍원 대행수를 비롯한 상전객주들이 둘러앉아 봉화수로부터 영월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있었다.

“화수야 고생이 많았구나. 이번 일로 김주태는 아주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최풍원이 봉화수의 노고를 치하했다.

“대행수 어른, 지금쯤 청풍도가에서는 난리가 나지 않았겠습니까? 늦추지 말고 당장 김주태 목줄을 죄야 하지 않을 까요?”

“조일 때 고삐를 세차게 잡아채야지!”

“물론이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지!”

“그렇소이다, 대행수! 이번에 김주태 숨통을 끊어놔야 합니다!”

최풍원의 말에 다른 상전객주들도 맞장구를 쳤다.

“조병삼이가 청풍도가 김주태한테로 가지는 안았겠지?”

최풍원이가 봉화수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조병삼이가 청풍도가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약을 쳐놓고, 돈자루도 들려 보냈으니 절대로 그리하지는 못할 겁니다!”

봉화수가 확신하듯 대답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김주태 목줄 죌 작업을 시작해야겠구나.”

최풍원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즉시 북진여각에서는 비호를 충주 윤왕구 상전으로 보냈다. 그리고 우갑노인은 곧바로 상전 수하들을 이끌고 청풍도가로 들이닥쳤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일전에 보름까지는 나무가 한양에 당도해야한다고 했는데, 서강 우리 벌목장에서 기별이 왔는데 뗏꾼들은 코빽이도 보이지 않는다 해서 이이 급하게 올라왔소이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오?”

우갑노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떼고 김주태에게 물었다.

“문제 생길 데 뭐 있소이까? 워낙에 물량이 많아 뗏목장에서 일이 늦어지는가 보오이다. 그러니 조금만 말미를 주시오.”

김주태 역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아무 일도 없다니 천만다행이오. 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해서 가슴이 철렁 했소이다!”

우갑노인이 가슴 쓸어내리는 시늉을 했다.

“큰일을 하는 양반이 어째 그리 조급 하시오?”

김주태가 우갑노인을 비웃듯 말했다.

“이것 보시오. 그 물건 제 날짜에 맞추지 못하면 우린 큰일 나오! 한양에 큰 대감과 약조된 것이니 만약 어기게 되면 우리같은 장사꾼 목숨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오. 처음에 약조했듯이 보름 뒤까지는 아무 문제없겠지요?”

우갑노인이 다짐하듯 재차 김주태에게 물었다.

“걱정도 팔자요! 곧 떼가 출발할 것이오. 그러니 염려 붙들어 매고 계산이나 청산하시오!”

김주태는 너무나 천연덕스러웠다. 우갑노인은 김주태가 하는 말을 들으며 혹시 북진여각에서 잘못 알고 기별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북진여각에서 그렇게 허술하게 일처리를 할리는 만무했다. 우갑노인도 이미 전후사정을 미리 다 알아보고 난 다음 김주태를 옭죄기 위해 작정을 하고 청풍도가로 올라온 것이었다. 그런데 김주태는 무엇을 믿고 저리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동강 뗏목꾼들 말고도 다른 대안을 세워놓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천연스럽게 대답을 하는 것일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우갑노인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어르신! 어르신!”

김주태와 우갑노인이 청풍도가에서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리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느냐?”

우갑노인이 충주 상전에서 데리고 온 수하였다.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요!”

“무슨 일이냐?”

“영월에 갔던 우리 상전 장돌뱅이가 돌아왔는데 거기서 이상한 소문을 물고 왔답니다.”

“이상한 소문이라니?”

“영월 뗏꾼들이 얼마 전 난리를 일으켜 큰 싸움이 일어났답니다.”

“영월 뗏꾼들이 난리를 일으키거나 말거나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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