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나는 청렴한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직생활이 아직 짧은 탓에 아직 청렴이 필요한 상황이 없었다고 위로하며 결론지었다.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청렴 자의식(自意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렴은 습관이다. 습관의 변화는 늘 ‘나’에서부터 시작해 ‘우리’가 되고 ‘국가’ 혹은 ‘사회’의 변화로 번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호나 교육, 시스템 및 규정 개선만으로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구성원 개인의 청렴 자의식을 뚜렷하게 하고, 조직은 수시로 점검함으로써 청렴한 상태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만이 청렴도를 개선하고 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며, 비록 작지만 아주 사소한 것부터 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청렴의 근본일 것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생활이 바로 청렴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옛날 돈 ‘엽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엽전은 ‘공방’이라고도 불렀는데 그 모양이 겉은 둥글고 안은 네모로 뚫려 있기 때문이다. 이때 둥근 것은 우주를 상징하고 네모진 것은 인간들이 사는 천하를 뜻한다. 엽전은 우주의 원리와 천하의 질서를 담고 있으니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을 재물과 권력의 총칭으로 본다면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필자같이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부끄럼 없이 깨끗하게 모은 돈은 그 결과 또한 깨끗함이 당연하다. 부정이 난무하면 부패 또한 당연하다.

청렴과 관련된 추천도서 중 ‘잘나가는 공무원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의 저자가 가장 강조한 말은 공직자의 ‘사명감’이다. 공직자의 주어진 임무 속에는 맡은 일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의무 위반 근절과 부패 척결, 기강 해이를 바로잡으려는 청렴 의무도 포함된다.

청렴은 어려운 것, 거창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 내 동료, 내 직장, 내가 만나는 사람과 내가 살아가는 모든 생활공간에서 떳떳한 마음으로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당당하고 바르게 실천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싶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코로나19로 경제와 사회의 커다란 위기 속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청렴을 실천하고 성실한 자세로 맡은 일을 수행한다면 지역사회는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중심에 선 지자체 공무원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바른 생각, 바른 행동, 당당한 모습으로 청렴이라는 꽃을 활짝 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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