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73)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73)
  • 충청매일
  • 승인 2020.08.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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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서강 뗏목을 옮기고 나면 뗏일을 집어치울 작정이었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너른 벌판 큰 밭떼기 같은 걸 지어야 뭐가 생기지, 산 고랑탱이 따비밭 수백 떼기 농사 지어봐야 얼마나 소출을 보겠소.”

조병삼이가 느닷없이 밭농사 타령을 늘어놓았다.

“떼 얘기를 하다 웬 밭농사 얘기요?”

“동강 떼에 달라붙은 목상은 열 대여섯이오. 열 대여섯이 동강 떼를 갈라 먹다보니 덩어리가 작을 수밖에 더 있겠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서강에 큰 덩어리 떼가 생긴 것이오. 게다가 옮겨만 주면 공가고 뭐고 나무의 반을 주겠다고 하니 김주태 생각이 바뀐 것이지요.”

“어떻게 바꿨다는 것이오?”

“동강 뗏꾼들을 끌고 가 서강 큰 덩어리 떼를 다 옮기고 나서 김주태는 그 목상한테 나무 값을 받고 이 일에서 손을 떼려고 했소. 그래서 내가 대신 올라온 것이오.”

“서강도 하고 동강도 하면 더 큰 이득이 생기는 것 아니오? 그리고 당신이 대신 올라왔다는 얘기는 또 뭐요? 어차피 모든 게 청풍도가에서 하는 일 아니오?”

“청풍도가에서 하는 일이 아닌 것으로 만들려고 내가 올라온 것이오. 김주태의 궁꿍이는 자기 책임을 내게 전가하고 모든 이득을 독식하려는 생각이었소.”

“사람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번연히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요?”

“처음에 김주태가 도사공과 뗏꾼들하고 약조한 것을 나와 다시 하게하고, 동강 일이 끝날 즈음이 되면 나는 수하들을 데리고 함께 잠적을 해버릴 계획이었소이다. 그렇게 되면 뗏꾼들이 청풍도가로 찾아와도 계약을 한 당사자가 어디론가 사라졌으니 모르는 일이라고 핑계를 댈 것이고, 김주태는 목상과 계약을 했으니 그로부터 돈을 받을 것 아니겠소. 그러면 김주태 입장에서는 공가를 주지 않아도 되고 나무는 모두 옮겨줬으니 그걸 몽땅 지가 챙길 수 있지 않겠소이까? 껍질을 깔 것도 없이 통째 삼키는 거지. 내가 김주태와 공모한 것은 그거요!”

“동강 떼는 왜 포기를 하려 한 것이오? 동강 뗏일을 끝내고 공가를 한꺼번에 주겠다고 당신 입으로 말했잖소?”

“그건 뗏꾼들을 안심시켜 일을 부려먹기 위한 술수였소. 동강 떼를 포기한 것은 서강 뗏일이 워낙에 큰일이고 그것만 끝내도 막대한 이득이 들어오는데 동강 떼까지 일을 하며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다보면 이런 비밀이 새나갈 수도 있지 않겠소이까. 그렇게 되면 소탐대실이지! 그리고 동강 뗏일은 이미 선금을 지불했고, 목상들로부터 챙길 만큼 챙겼으니 뗏꾼들을 목상들에게 넘겨줘도 아쉬울 게 없잖겠소이까?”

조병삼이가 청풍도가 김주태와 뒷구멍으로 협착한 내용을 사람들 앞에서 모두 까발겼다.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모두 분노했다.

“에라, 날도적같은 놈!”

“까딱 잘못했다가는 국 쏟고 발등 데고 할 뻔 했군!”

“일만 직사하게 하고 헛품만 팔 뻔 했구려!”

뗏꾼들이 돌아가며 청풍도가 김주태 욕을 해댔고, 다른 뗏꾼들도 일이 더 진척하기 전에 사실이 밝혀져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청풍도가와 관계있는 일이라면 금덩어리를 준다 해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일이 어그러져 떼를 타지 못할까 그것을 걱정하였다.

“나는 잘하려고 김주태와 그리 한 일인데 결과 즉슨 우리 마을 뗏꾼들에게 폐만 끼치게 돼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증말 미안하외다!”

도사공 상두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과를 했다.

“그게 어찌 도사공 잘못이란 말이우?”

“맞어. 속여 처먹으려고 한 저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도사공 어른이 뭔 잘못이래유.”

뗏꾼들과 사람들이 도사공 상두를 감싸 안았다.

“여러분들! 동강 뗏일은 북진여각에서 책임을 질 것이니 뗏꾼들은 염려 놓으시오! 그리고 우리는 청풍도가 김주태처럼 어떤 술수도 부리지 않을 것이오!”

봉화수가 뗏꾼들에게 약조했다. 그리고는 봉화수가 조병삼에게 돈자루를 건네주었다.

“이 돈은 청풍도가에서 뗏꾼들에게 준 선금이오. 이걸 당신에게 줄 테니 김주태 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 사시오.”

“맞아죽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렇게 돈까지 챙겨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소이다!”

조병삼이가 봉화수와 여러 사람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는 맏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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