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럼 지금 당장 여길 떠나거라. 그리고 여기 조병삼이가 우리에게 모든 것을 고자질했다는 그 말을 김주태에게 꼭 전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예!”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풀어준다는 말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난 아무것도 까발긴 것이 없다! 그러니 이놈들이 공중 한 말을 도가 김주태 어른께 전하면 안 된다! 내 사정을 바로 알리거라, 알겠느냐!”

조병삼이가 신신당부했지만 자신의 수하인 무뢰배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버렸다.

“당신이 아무리 그래봐야 소용없소! 이제 당신은 청풍도가로 돌아갈 수 없소!”

“그게 무슨 소리요?”

“저 놈들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가 다른 당신 수하들까지 매수해 청풍도가에서 선금으로 준 돈을 빼앗아 챙기고 비밀까지 우리에게 팔아넘긴 후 사라졌다고 전하라 했소!”

“뭐라구? 어찌 그런 추잡한 짓거리로 사람을 고랑탱이로 밀어 넣는단 말이냐.”

조병삼이가 꿇려있는 자리에서 항변을 했지만 이미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있었다.

“파렴치한 짓거리야 네놈들이 먼저 한 것 아니더냐?”

봉화수가 조병삼의 말을 역으로 공격했다.

“뭘 어찌했다고 나를 이렇게 땅바닥에 처박는단 말이냐?”

“청풍도가 네놈들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뗏꾼들을 이용해 목상들에게 올가미를 씌워 폭리를 취하고, 그것도 모자라 뗏꾼들 공가까지 통째 처먹고 도망치려한 걸 내가 모르고 하는 말인지 아느냐. 설사 네 놈이 지금 청풍도가로 돌아간다 한들 일을 그르친 너를 김주태가 가만히 둘 성 싶으냐? 그러니 네가 지금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네 살 구멍인지 잘 생각해 보거라! 여기서 이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고 비명횡사를 하겠느냐, 아니면 청풍도가에서 꾸몄던 꼼수를 여기 사람들에게 토설하고 풀려나겠느냐?”

봉화수가 조병삼에게 어찌 할 것인지 양당 간 결정을 하라고 다그쳤다.

“흐이그!”

조병삼이가 모든 것을 체념했는지 땅이 꺼지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서 말해보시오. 이제 당신은 갈 곳도 없소. 당신이 솔직하게만 얘기를 한다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줄것이오!”

봉화수가 조병삼을 설득했다.

“실은 여기 이 사람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오. 청풍도가에서 뗏꾼들을 볼모로 곤경을 벗어나려 했소이다. 청풍도가는 한양에 공납해야 할 물산과 관아에서 빼낸 환곡을 한꺼번에 갚아야하는데, 지금 그럴 형편이 못 된다오. 그런데 한양에서 큰 공사가 벌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궁리 끝에 탄호대감에게 뇌물을 써 목재를 대기로 하고 했다오. 그렇게 해서 궁리 끝에 폭리를 취하려고 뗏꾼들을 이용해 목상들을 요리하려고 선금을 주고 동강 뗏꾼들을 묶어놓았던 거요. 목상들이 뗏꾼이 없어 나무를 옮기지 못하면 몸이 달아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공가를 듬뿍 받아낼 수 있을 것 아니오. 그래서 목상들과 사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벌목을 핑계로 산속으로 끌고 갔었던 거요.”

“그건 우리도 이미 짐작을 하고 있던 일이고, 왜 갑자기 서강으로 우리를 끌고 가려한 것이오?”

도사공 상두가 동강에서 서강으로 바뀐 연유를 물었다.

“첨에는 원래대로 막골 움막에 뗏꾼들을 잡아놓고 있다. 장마가 지면 동강 뗏목장으로 갈 계획이었소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거상이 청풍도가에 나타나 공납을 하려고 채우고 있던 곡물을 몇 배의 돈을 주고 사고 그 사람이 서강에 엄청난 양의 나무가 쌓여있는데 그것의 반을 넘겨 줄 테니 뗏꾼들을 동원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소이다. 그래서 내가 급히 여기로 온 것이오.”

조병삼이가 청풍도가 김주태의 명을 받고 올라오게 된 연유를 말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김주태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고 왔는가 하는 것이었다.

“김주태로부터 무슨 얘기를 받고 왔소?”

봉화수가 김주태와 조병삼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캐물었다.

봉화수가 조병삼이를 다그치며 그 이유를 집요하게 밝히려는 것은 동강 뗏꾼들을 북진여각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탄호대감과 청풍도가 김주태 사이를 갈라놓고 청풍도가가 얻어냈던 목재 수급권을 빼앗음으로써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청풍관아와의 관계도 멀어질 것이고 자연히 그 이권은 북진여각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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