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러나 뗏꾼들과 청풍 무뢰배들 간의 싸움 역시 일방적이었다. 소싯적부터 밥 처먹고 싸움질만 해온 불한당들과 남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이웃에게 쓴 소리조차 할 줄 모르고 살아온 순한 뗏꾼들과의 우격다짐은 애초부터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무뢰배들이 매라면 뗏꾼들은 수풀에 머리통만 숨긴 꿩이나 다름없었다. 무뢰배들은 날 듯이 뗏꾼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여기저기서 뗏꾼들의 비명소리가 터졌다. 뗏꾼들이 죽는 소리를 내며 사방에 나뒹굴었다.

“아이고 어째! 우리 애아부지 다 죽겠네!”

“저놈들이 우리 게 사람 다 죽인다!”

“저 불한당 놈들을 다 쳐죽이자!”

“저누메 새끼 조병삼이를 잡아 주리를 틉시다!”

사람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몽둥이와 농기구가 들려있었다. 그들이 일시에 함성을 지르며 무뢰배들에게 달려들었다. 무차별적으로 휘둘러대는 무뢰배들의 주먹질에 대거리도 못한 채 얻어맞고만 있던 뗏꾼들도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힘을 얻어 뗏꾼들에게 대들었다. 무뢰배 한 놈에게 대여섯씩 달라붙어 머리를 쥐어뜯고, 바짓가랑이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팔뚝을 물어뜯었다. 마치 새카맣게 달라붙는 개미를 어쩌지 못해 발광을 하는 지렁이처럼 무뢰배들이 어쩌지를 못했다.

“야, 자식들아! 저런 오합지졸들 하나 해넘기지 못하고 뭐하는 것이냐!”

조병삼이가 무뢰배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소경 매질하듯 하는 사람들의 뭇매를 견디지 못해 무뢰배들이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힘을 내 남은 무뢰배들에게 달려들었다. 도망치는 무뢰배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 새끼들아, 저 놈들을 때려 잡거라!”

조병삼이가 발을 동동거리며 도망치는 수하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대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뢰배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처음과 달리 완전히 싸움판이 뒤바꿨다. 날뛰던 무뢰배들은 어디로 가고 오히려 사람들과 뗏꾼들이 무뢰배들을 둘러싸고 몰매를 퍼붓고 있었다. 이젠 사람들 매를 견디지 못해 도리어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비명을 질렀다. 마침내 도망가지 못하고 붙잡힌 무뢰배 몇 놈과 조병삼이가 사람들 앞에 꿇려졌다. 흥분한 사람들과 뗏꾼들이 당장 요절을 내라며 소리쳤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무뢰배들이 서리 맞은 호박잎처럼 풀이 죽어 겁에 질려있었다. 조병삼도 사람들 기세에 눌려 뱁새눈으로 눈치만 살폈다.

“우리 뗏꾼들을 이용해 뭘 하려 했는지 실토를 하시오! 나도 들은 얘기가 있으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마시오!”

도사공 상두가 꿇어앉아있는 조병삼을 내려다보며 발로 땅을 쾅광 굴렀다.

“난, 모르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오!”

조병삼이가 자기는 하수인일 뿐이라며 발뺌을 했다.

“지금 와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막골에서 내게 한 말은 뭐요?”

“내가 무슨 말을 했다는 거요?”

“전에 청풍도가 김주태와 한 약조는 다 잊어버리고 이제부터는 당신과 다시 한 약조를 따라야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김주태로부터 받은 얘기가 있을 것 아니오. 그게 뭐란 말이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소이다!”

조병삼이가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 자가 여기 사람들 앞에 풀어놓고 조리돌림을 해봐야 실토를 할라나!”

도사공 상두가 답답해서 제 가슴을 치며 윽박질렀지만 조병삼은 전혀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뗐다.

“도사공은 잠시 화를 삭히시구려. 그리고 여러분, 이 자가 청풍도가 김주태로부터 뭔가 지시를 받은 우두머리니 잡아놓고, 여기 무뢰배들이야말로 정말 시키는 대로 그저 따랐을 뿐이니 이들은 풀어줍시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를 진정시키고는 사람들에게 잡혀있는 무뢰배들 몇몇은 풀어주자고 했다. 사람들도 봉화수의 말에 따랐다.

“너희들이 뗏꾼들에게 한 포악질을 생각하면 묶어놓고 주리를 틀 일이지만 너희들도 부모형제가 있을 터 애타할 식구들을 생각해 풀어주겠다. 그러니 즉시 이곳을 떠나 청풍도가로 가거든 여기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김주태에게 알리고 여기 조병삼이가 모든 속셈을 모두 까발겨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전하거라! 그리 하겠느냐, 아니면 여기서 치도곤을 당하겠느냐?”

“풀어만 주면 당장 달려가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요. 그러니 제발 풀어만 주시유!”

무뢰배들이 봉화수와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굽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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