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렇게는 못해! 뗏꾼들이 직접 내는 돈만 받을 것이오!”

조병삼이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렸다. 그러더니 무뢰배들에게 당장 뗏꾼들을 일으켜 세우라고 명령했다. 무뢰배들이 달려들어 주저앉아있는 뗏꾼들을 대차게 호달궜다. 워낙에 짐승 부리듯 마구 대하니 뗏꾼들도 하는 수 없이 무뢰배들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뗏꾼들이 다시 서강으로 출발하기 위해 일어섰다.

“길을 트시오!”

조병삼이가 뗏꾼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이제껏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주춤주춤 앞길을 트기 시작했다.

“그렇게는 못하오!”

성두봉 객주가 자신의 임방 행상들과 청풍도가 동몽회원과 함께 앞길을 막아섰다.

“당신은 왜 자구 남의 일에 재를 뿌리는 거여! 애들아 저것들을 냉큼 치워라!”

조병삼이가 핏대를 올리며 무뢰배들에게 소리쳤다.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우르르 앞으로 몰려나와 성두봉 패와 맞섰다. 그러나 수적으로는 성두봉 패가 월등하게 적었다. 두 패가 붙는다면 결과는 볼 것도 없었다. 청풍도가 무뢰배들은 수십 명이 넘었지만 성두봉 쪽은 십여 명 남짓뿐이었다. 팔 척 장사와 삼척동자의 싸움이었다. 승패야 뻔한 싸움이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도 없었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깨지더라도 한 번은 붙어야할 싸움이었다. 두 패가 서로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여러분, 여러분들이 막아야 합니다. 저놈들 무슨 꿍궁이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갚겠다고 주는 돈도 받지 않겠습니까?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네 가장들을 붙잡지 못하면 큰 곤욕을 치를 것이오! 뒷일은 모두 성 객주와 내가 책임 질 것이니 저기 조병삼과 무뢰배들로부터 가족을 구해냅시다!”

사람들 사이에 있던 봉화수가 앞으로 나서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이 봉화수의 외침을 듣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래유! 우리 식구들을 구하려고 성 객주나 저 사람도 나서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건 너무나 염치없는 짓이오! 우리 식구들은 우리가 지켜야하지 않겠드래유!”

뗏꾼들 가족인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 틈에서 봉화수 외침에 동조하며 사람들을 향해 함께 나서자면 선동했다.

“그려유! 당신들도 성 객주 돈을 받드래유! 그 돈을 안 받는 연유가 뭐유?”

“당신들 다른 속셈이 없다면 왜 준다는 돈도 받지 않는 거래유? 답을 해주시유!”

“만약 답을 해주지 않으면 당신들은 여기서 한 발짝도 갈 수 없소!”

뗏꾼들 가족들도 조병삼에게 억지를 부리는 연유와 그 답을 하라며 들고일어났다. 또 다른 사람들은 답을 주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위협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자 우리도 힘을 보탭시다! 우리를 위해 가솔들과 성 객주네 사람들까지 나서는데 당사자인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면이 스겠어유?”

뗏꾼 하나가 들고일어나 다른 뗏꾼들을 부추겼다.

“맞어유. 이렇게 된 마당에 겁날 게 뭐 있겠어유. 내가 이제껏 얘기는 못했지만 듣자니 저놈들이 우릴 이용해서 무슨 짓을 벌이려고 여적지 우리를 가둬두고 억압했다는구먼유. 준다는 돈도 안 받고 저 지랄 떠는 걸 보면 우리한테 덕 될 일은 없을 것 같드래유!”

“여보드래유! 우릴 어쩌려고 그러는 거유?”

“이자는 너무하니 없는 걸로 하시유!”

“공가는 그때마다 주시오! 그러면 그쪽서 원하는 대로 하겠소!”

“이 사람들아 우리도 함께 뭉쳐 저들과 싸웁시다!”

성두봉과 봉화수, 식구들까지 들고 일어나 조병삼 일당에게 대거리를 하자 뗏꾼들도 일어나 대들었다.

“말로는 더 이상 안되겠구나. 니 놈들이 그렇게 나오면 하는 수 없다! 얘들아, 저 놈들부터 매조져 본때를 보여 주거라!”

조병삼이가 일어나 선동하던 뗏꾼들부터 조지라고 소리쳤다. 사람들과 대치하고 있던 무뢰배들이 땡비처럼 뗏꾼들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했다. 일어서서 다른 뗏꾼들을 선동하던 뗏꾼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다른 뗏꾼들도 무뢰배들에게 달려들며 싸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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