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최근 좀비를 주제로 하는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여 외국영화뿐만 아니라 우리 영화계에서도 매년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좀비는 영화에 따라서 다양한 능력과 행태를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 육신이 벌레와 오물로 싸여 있고, 인간이 가진 이성보다는 매우 폭력적으로 그려진다. 부두교를 기원으로 하는 좀비는 영혼이 없는 존재로 주술사가 시체를 움직이게 명령하는 피동체로 생각하였다.

영화에서 좀비들은 주술사와 같은 조종자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좀비는 대부분 초인적 능력이 없고,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여 다리가 잘려나가도 움직인다. 좀비는 인간을 물어서 좀비를 재생산하고 대부분 군집으로 행동한다.

좀비의 가장 큰 특성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은유하여 좀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에서 인간이 상상하는 좀비는 대부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모습을 종합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가지도록 한다. 인간의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해서 영화에서 좀비는 항상 새로운 능력이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타고난 사이보그들(Natural-Born Cyborgs)’이란 책을 쓴 앤디 클라크(Andy Clark)는 우리 안에는 영리한 좀비가 살고 있으면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한다.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많은 심리학자나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리 행동의 대부분은 현상에 대해 사고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 무의식적인 것에 의하여 우리는 좀비와 같이 우리의 의지와 다르게 행동하도록 조종당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인간의 자유의지 없이 행동하는 것을 오랜 세월 형성된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의 작용처럼 설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죽은 좀비가 아닌 살아 있는 좀비들이 바이러스가 되어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성희롱 성폭행이다. 성희롱 성폭행은 매일 사건이 매스컴에 나오고 처벌하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이성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대학 교수집단부터 고위 공직자 집단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의 좀비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 자기와 다르다고 악플로 인터넷을 도배하고, 특정인의 생각을 올바른 생각처럼 매스컴으로 나르고, 자신들의 독선과 권력을 유지 하기 위한 것을 모든 사람의 공익인 것처럼 호도하여 그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좀비와 다름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좀비 퇴치법은 핵무기나 최신무기보다는 인간의 강한 의지가 항상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살아있는 좀비를 퇴치하는 방법도 같을 것이다.

살아있는 좀비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가 좀비인지를 알 수 있는 명확한 눈이 있어야 하고 건전한 이성과 판단으로 무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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