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렇게는 못하겠소이다! 거기 뗏꾼들 속에는 내 친구도 있고 동네 형님도 있소. 당신 같으면 우리 동네 사람들이 고초를 겪고 있는데 못 본 척 할 수 있소?”

성두봉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원도 비알에서 내 혼자 먹고 살기도 바쁠 터에 피붙이도 아니고 동네사람들까지 챙기다니 여기 사람들은 오지랖도 넓소!”

조병삼이가 비아냥거렸다.

“당신들처럼 큰 고을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우리 산골 사람들은 그리 삽니다. 그래 이자가 얼마요?”

“닷 냥이오!”

“닷 냥?”

“그렇소! 닷 냥!

“원금이 닷 냥인데 이자가 닷 냥이란 말이오? 당신들 일 부려먹으려고 선금으로 준 돈에 이자를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두 삭도 되지 않았는데 원전만큼 이자를 내놓으라니 도척도 그런 도척은 없을 것이오!”

“도척이고 나발이고 누가 당신보고 갚으라고 했소? 돈 빌려간 저 뗏꾼들보고 갚으란 말이지. 그러니까 주제도 모르고 왜 나서느냔 말이오?”

조병삼이가 성두봉을 비웃으며 고소해했다.

“떼 타봐야 원전 갚고 이자 내고 나면 손에 쥘 것도 없겠네유.”

“그러게 말이래유. 두 달도 안 돼 이자가 배로 늘어났는데, 떼 타봐야 헛 떼만 타게 생겼네유.”

“헛 떼는커녕 빚만 벌게 생겼다!”

조병삼의 이자만 닷 냥이라는 말에 뗏꾼들은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늘어나게 생겼다며 낙심천만이었다. 뗏꾼들이 떼를 한 번 타면 한 달은 되어야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받는 돈이 열 닷 냥쯤이었다. 그런데 떼를 목상에게 인계하고 올라올 때는 순전히 발품을 팔아 걸어와야 했다. 그러려면 여러 날을 주막에서 먹고 자야했다. 그 돈도 만만찮았다. 때에 따라서는 주막 들병이들 입술에 취해 받은 공가를 몽땅 날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들병이들은커녕 받은 공가를 그대로 조병삼에게 몽땅 바쳐야 할 형편이 되었다. 문제는 몽땅 갖다 바쳐도 모자를 것이 분명했다. 불과 얼마 사이에 이자가 배로 불어났는데 떼를 타고 갔다가 올라오면 얼마나 더 불어나 있을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뗏꾼들 푸념 소리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호상아! 그것 가져오너라!”

뗏꾼들이 낙담하며 퍼질러있을 때 성두봉이 길잡이 호상이를 부르며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했다. 호상이가 둘러서있던 사람들 틈을 비집고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객주님, 여기 가져왔습니다요.”

길잡이 호상이가 성두봉에게 가지고 온 팔뚝만한 자루를 건넸다.

“이거면 열흘 뒤 이자까지 쳐서 받아도 충분할 것이오. 그러니 이젠 그걸로 뗏꾼들 코를 꿰지 마시오!”

성두봉이가 조병삼에게 자루를 던졌다.

“이게 뭐요?”

성두봉이가 당황하며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진 자루를 보고 물었다.

“보면 모르시오? 돈이오!”

성두봉이 턱 끝으로 자루를 가리키며 확인하란 시늉을 했다.

“저들이 낼 돈을 왜 당신이 낸단 말이오. 난 뗏꾼들 한테 받을 것이니 이 돈은 필요 없소!”

조병삼이가 자루 속에 들어있는 돈을 확인하고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숨기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조병삼이로서는 억지를 쓰는 방법 외에는 다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든 이 자리를 벗어나 뗏꾼들을 끌고 서강 주천까지 가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김주태로부터 받은 명을 지킬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청풍도가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따라서 조병삼이도 무사하지는 못할 터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뗏꾼들이 떼를 타도록 만들고 일이 마무리될 쯤 자신들은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은신을 해야 조병삼의 책부가 끝나는 셈이었다. 그런데 일도 시작되기 전 맏밭나루에서 걸림돌이 생겼으니 조병삼은 난감할 뿐이었다. 그리고 조급하고 불안했다. 어떻게든 성두봉을 따돌리고 모여 있는 사람들을 벗어나 뗏꾼들만 빼내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당신이 진정 돈을 받기위한 목적뿐이라면 내 돈을 안 받는 연유가 뭐요? 돈에도 무슨 귀천이 있단 말이오?”

성두봉이가 조병삼을 몰아세웠다.

“맞소! 우리 돈을 갚아준다는데 왜 안 받는 거래유?”

“성 객주가 우리에게 꿔준 돈으로 하고 받으시오!”

수그리하고 있던 뗏꾼들도 여기기저기서 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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