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들었으면 다들 일어나거라!”

조병삼이가 눈깔을 치켜뜨며 뗏꾼들을 재촉했다.

“욕심이 화근이여!”

“그려. 우리거튼 것들이 내 몸뚱이나 믿어야지, 뭘 더 바래!”

뗏꾼들은 남 탓 할 줄도 모르고 일도 하기 전 미리 받은 공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자신들 욕심만 탓했다. 뗏꾼들이 체념하고 서강으로 떠나기 위해 자리를 털고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뗏꾼들을 둘러싸고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의 가족을 부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복이 아부지!”

“언년이 아부지!”

“거북이 아부지!”

식구들이 사람들 틈바귀에서 빠져나오며 가장들 이름을 불러댔다. 순식간에 뗏꾼들과 가족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었다.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달려들어 떼어 보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기 선금으로 받은 돈이 있으니 돌려주고 가지 말드래유!”

“돈 가져왔으니 따라가지 말어유!”

“여기 돈 있어유!”

뗏꾼 가족들 손에는 돈이 들려있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죽상을 짓고 있던 뗏꾼들 얼굴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모두들 청풍도가 조병삼에게 돈을 돌려주고 저들과의 계약을 없던 일로 돌립시다!”

가족들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뗏꾼들 중 누군가가 먼저 소리쳤다.

“그럽시다!”

“저놈들에게 돈을 주고 이제 그만 풀려납시다!”

그 말에 다른 뗏꾼들도 동조하며 너도나도 들고 일어섰다. 뗏꾼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며 조병삼에게 돈을 던졌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갑자기 당하자 조병삼이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돈을 갚은 뗏꾼들이 하나씩 대열을 빠져나와 가족들에게로 향했다.

“그렇게는 못한다! 애들아, 대열에서 한 발짝이라도 이탈하는 놈은 누구든 요절을 내거라!”

조병삼이가 뗏꾼들을 위협하며 제 수하들을 향해 명령했다. 조병삼의 명에 따라 무뢰배들이 뗏꾼들을 막아섰다.

“받은 선금도 다 돌려줬는데 왜 막는 거유?”

“빚진 것도 없는데 왜 막는 거래유?”

뗏꾼들도 대거리를 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원전은 받았지만 이자는 어쩔 것이냐?”

느닷없이 조병삼이가 이자를 운운했다.

“무슨 이자를 말하는 거래유?”

“남의 돈을 빌려 썼으면 이자도 갚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더냐. 우리 도가에서 선금을 미리 준 것은 떼를 몰아주는 댓가로 그리 한 것인데 이제와 그 일을 못하겠다고 하니 남의 돈을 빌려 쓴 이자는 내야하지 않겠느냐?”

조병삼이가 이자를 빌미로 억지를 부리며 뗏꾼들을 풀어주려 하지 않았다.

“참말로 기가 막히는구먼!”

뗏꾼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여기저기서 도둑놈을 운운하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렇지만 조병삼의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뗏꾼들을 붙잡아두려고 무리하게 떼를 쓰는 행태가 역력했다. 조병삼이가 눈을 부라리며 뗏꾼들을 위협했다. 조병삼의 수하인 청풍도가 무뢰배들도 뗏꾼들을 잡아먹을 듯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우악스럽게 가족들과 떼어놓았다.

“이자까지 낸 사람은 가도 좋다. 하지만 이자를 내지 못하면 우리와 같이 서강으로 가야한다!”

조병삼이가 못을 박았다.

뗏꾼들 역시 생각지도 못한 일에 부닥치자 어쩔 줄 몰라했다. 받은 선금을 돌려주었으니 이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던 뗏꾼들이 우왕좌왕했다. 맥이 빠져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뗏꾼도 있었다. 개중에는 항의를 하는 뗏꾼도 있었지만 대부분 조병삼의 말에 대거리를 못한 채 잠자코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지켜보던 가족들도 안타까워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래, 이자는 얼마를 내야 하오?”

그때 사람들 틈에서 조병삼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난, 영월서 장사하는 성두봉이오!”

“그건 그렇고, 장사꾼이면 장사나 하면 되지 우리 일엔 웬 참견이오?”

조병삼이가 인상을 쓰며 성두봉을 노려보았다.

“나도 웬만하면 내 일이나 하는 사람인데 우리 동향사람들 일이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당신들 하는 행태가 너무 동에 맞지 않아 그러오!”

“동에 맞든 서에 맞든 우리 일이니, 당신은 당신 일이나 하시오!”

조병삼이가 성두봉에게 위협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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