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세계적 언택트, 비대면의 시대이다. 바이러스 때문이다.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안전하게 여겨지는 요즘은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자라야 하는 아이들은 지칠 법도 하다. 아이들을 제지하는 어른도 어렵기는 한가지. 어떤 이유로든 갇혀있는 아이들은 틈만 나면 열린 공간으로 탈출을 꿈꾼다. 어린 시절 소풍은 여러모로 또 다른 시간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소풍날을 손꼽으며 기다리다가 다음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뒤척이는 일이 의례처럼 반복되기도 했던지. 부숭부숭한 눈을 떴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고 비가 올 듯 말 듯 한 날씨에 애태우던 기억.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 이야기들, 절실하던 심정, 즐거움을 고대하는 어린 소원들을 소환하는 동화를 소개한다.

가브리엘 뱅상의 ‘비오는 날의 소풍’은 어른과 아이들을 가두는 현실의 무거움을 털어내고 동심을 되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셀레스틴느는 모처럼 신나게 소풍 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다음날 야속하게도 비가 온다. 실망하는 셀레스틴느에게 아저씨는 “비 안 오는 셈 치고 소풍을 가면 어떨까?”라고 말한다. 그러자 셀레스틴느는 밀짚모자를 쓰기로 한다. “아저씨, 쨍쨍 내리쬐는 저 햇빛 좀 보세요!”라고 말하고는 정말로 멋진 소풍이 될 거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는 이런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나선 아저씨를 비난한다. 그래도 아저씨는 길 위로 비가 내려도 방랑자는 멈추지 않는다며 흥겨운 노래로 대답한다.

숲속에 다다른 둘은 적당한 자리를 잡고 우산을 접어 나무에 걸어둔 채 천막을 친다. 셀레스틴느는 천막이 너무 멋지고 재미있다고 기뻐하며 아저씨도 그러냐고 묻는다. 바로 그때 땅 주인아저씨가 나타나 여기서 뭘 하느냐고 따진다. 아저씨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 나이에 이런 어린애 같은 장난을 하느냐며 지나쳐 가려고 한다. 아저씨는 땅 주인아저씨를 천막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따끈한 차를 대접한다. 차를 마시며 이런 소풍을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멋진 시간을 보낸다. 돌아오는 길 모두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아저씨의 멋진 집과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같이 들어간 둘은 맛있는 포도주와 차를 대접받으며 건배한다. 멋진 에르네스트를 위하여!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깔끔하며 정겨운 그림으로 따뜻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부담 없이 살며시 웃음 짓게 하는 작품이다.

과하게 소리 지르거나 황당한 상상이 아닌 잔잔한 방법으로 비가 와도 소풍을 가고 싶은 아이들의 절실한 마음을 유쾌하게 해결해 간다. ‘안돼’를 ‘이러면 어떨까?’로 명쾌하게 바꾸어 주는 해결사.

곰과 생쥐라는 전혀 조화롭지도 어울리지도 못할 것 같은 주인공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전혀 다른 부모와 아이들의 생각이기도 하고, 습관과 생활이 전혀 다른 이민족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안돼’를 먼저 말하지 말고 어떻게 할까의 방법부터 생각하는 어른이 많은 성숙한 사회를 위함이다.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로 작가는 한편의 아름답고 잔잔한 이미지를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겨준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하는 일에서 안도와 기쁨을 느낀다. 부모와 함께 있을 때 날씨나 여건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지 않던가. 환경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함께 즐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어른의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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