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쪽 어떤 사람한테 들었소이다!”

봉화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도사공 상두가 넘겨짚었다.

“누가 그따위 당치도 않는 소리를 지껄였단 말이오? 그자가 누구요?”

조병삼이가 펄떡 뛰며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는 그런 소리를 한 사람 이름을 대라며 도사공 상두를 몰아세웠다.

“당신 같으면 이름을 알려주겠소? 분명 그쪽에서 나온 얘기니 우리는 불안해서 이대로 일을 할 수 없소! 그러니 당신이 우리가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확답을 해주시오!”

도사공 상두가 조병삼에게 확답을 요구했다.

“그게 아니오! 백 마디 말이 무슨 소용이오. 했다가도 안 했다면 그만이지, 그러니 각서로 써주드래유.”

“맞어유. 처음 약속도 지들 맘대로 뒤집었는데 운제 도 바꿀 줄 알어유. 그러니 문서로 해주드래유!”

뗏꾼들은 도사공 상두보다 한술 더 떠 문서를 요구했다.

“그리 할 수 없소!”

조병삼이가 택도 없는 소리라며 요구 조건을 묵살했다.

“왜 할 수 없단 말이오?”

“그런 일은 내 맘대로 할 수 없소!”

“왜 할 수 없단 말이오. 막골에서 당신이 분명 내게 그리 말하지 않았소. 전에 약조한 것은 생각지도 말고, 이제부터는 당신과 새로 약조한 것을 지켜야한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또 뭔 소리요. 그럼 당신 뒤에 다른 누가 또 있단 말이오?”

“그건 아니지만…….”

도사공 상두가 따지고 들자 조병삼이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렇다면 우리 뜻대로 각서로 답을 해주시오. 그리고 공가를 바로 지급하겠다는 것을 당신이 아니라 청풍도가 김주태의 이름으로 해주시오! 당신은 믿을 수가 없소!”

“당신이 떳떳하다면 그리 못할 일이 뭐요?”

“옳소! 그래야 매사 튼튼해서 좋겠소!”

“그렇게 해주시오!”

도사공 상두를 따라 뗏꾼들도 일제히 각서를 요구했다. 예기치도 못한 일을 당한 조병삼이가 안절부절못하면서도 붉으락푸르락 핏대를 세웠다.

“당신들이 이렇게 나오면 나도 생각이 있소!”

조병삼이가 작정을 한 듯 뗏꾼들을 향해 협박하듯 말했다.

“해주겠다는 소리요, 말겠다는 소리요?”

뗏꾼들도 개의치 않았다.

“각서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소! 나도 당신들처럼 말 안 듣는 사람과 일하기 싫소. 그러니 이 자리에서 받은 선금을 모두 내놓으시오! 그 돈을 받아 다른 뗏꾼들을 구하겠소!”

조병삼이가 뗏꾼들에게 받은 선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제껏 뗏꾼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청풍도가에서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닌 것도 다 이 선금 때문이라는 것을 조병삼도 잘 알고 있었다. 조병삼은 선금 문제가 꺼내들면 뗏꾼들도 꼼짝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내놓으시오!”

조병삼이가 또다시 뗏꾼들을 닦달했다.

돈을 내놓으라는 조병삼의 닦달질에 기세등등하던 뗏꾼들이 순식간에 수그리해졌다. 그놈의 돈이 문제였다. 미리 받아쓴 돈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박차고 일어나 자기들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 돈의 돈이 뭔지 그놈의 돈이 목살이 되어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다.

“얘들아, 도사공은 뗏꾼들과 떨어뜨려 따로 델구 가거라!”

도사공 상두가 뗏꾼들을 선동한다고 생각했는지 조병삼이가 뗏꾼들과 떨어뜨려놓으라고 했다.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달려들어 도사공을 뗏꾼들 틈에서 끌어냈다. 도사공이 무뢰배들에게 끌려 나가도 뗏꾼들은 누구하나 막아서지 못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빚을 갚을 때까지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해라! 그렇지 않으면 치도곤을 당할 것이다! 이게 싫으면 이 자리에서 당장 돈을 내놓고 떠나거라!”

조병삼이가 본색을 드러내며 뗏꾼들을 겁박했다.

“그깟 선금 닷 냥 때문에 종살이하게 생겼구먼!”

“그깟 닷 냥이야 떼 한 번만 타면 갚겠지만, 공가를 한꺼번에 준다니 이 일이 끝날 때까지는 꼼짝없이 붙잡혀있게 생겼구먼!”

“선금에 일까지 밀어준다는 소리에 덥석 물었더니 공것 좋아한 우리 불찰이여!”

“그려. 세상에 공것이 어디 있다구, 더구나 우리 같은 막것들한테 무슨 공것이 생기겠는가. 그런 걸 혹했던 우리가 나쁜 놈이여!”

너나나나 할 것 없이 뗏꾼들이 자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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