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저놈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은밀하게 뗏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모래쯤 맏밭나루에 도착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조병삼에게 우리 조건을 요구할 테니 너희들도 동시에 일어나 동조해야 한다!”

도사공 상두가 몇몇 뗏꾼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

“괜찮을까유?”

“이러다 일거리 잃고, 선금까지 토해내야 하는 거 아니래유?”

뗏꾼들이 몹시 불안해했다.

“그건 걱정 말그라! 이번 일만 잘되면 그 문제도 해결해주기로 했다.”

“청풍도가 말구 누가 그걸 해결해준 대유?”

“그건 지금 말해줄 수 없다. 그러니 여길 내려가 동강을 내려가는 동안 다른 뗏꾼들한테도 알려라! 그리고 특히 남출이 놈은 조심하거라!”

도사공 상두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자신이 지금 북진여각 사람들과 일을 꾸미고 있다는 말을 뗏꾼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가 남출이 귀에 들어가지 않게 각별히 경계할 것을 뗏꾼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도사공 상두가 움막으로 내려가 뗏꾼들을 설득하는 시간에 봉화수와 비호, 길잡이 호상이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숙의하고 있었다.

“비호야, 너는 여기 호상이와 함께 내일 저들보다 일찍 여기를 떠나 영월임방 성 객주께 가서 여기 상황을 알리거라.”

“형님은 어쩌시려구요?”

봉화수의 말에 비호가 물었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 남아 저들 뒤를 따르며 동태도 살피고 도사공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다.”

“혼자 괜찮겠어요? 제가 여기 함께 남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여기는 내 혼자서도 충분하다. 그러니 너는 서둘러 내려가 임방에서 뒷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거라!”

봉화수가 함께 남겠다는 비호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고 영월임방에 내려가 성두봉 객주와 함께 뗏꾼들이 맏밭나루에 도착해 벌어질 일에 대해 준비를 해놓으라 시켰다.

“형님, 뭐를 하면 되지요?”

“우선 내려가는 대로 성 객주께 뗏꾼들 가솔들과 마을사람들을 모이도록 해놓거라.”

“사람들은 왜요?”

“아무래도 저놈들과 맞서려면 우리 동몽회원들만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 저놈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도 만무하고.”

“알겠습니다요. 기별할 다른 것은 또 없습니까요?”

“성 객주께 말을 넣어 뗏꾼들 가족들에게 닷 냥씩 나눠주고 모래 뗏꾼들이 맏밭에 도착할 시각에 맞춰 모두들 돈을 들고 나오라고 하거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요!”

이튿날 해가 뜨기도 전 첫새벽에 비호와 호상이가 청풍도가 무뢰배들보다도 앞서 도도고지산 막골을 빠져나가 영월 맏밭을 향해 내려갔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난 아침나절이 되어서야 청풍도가 조병삼과 무뢰배들, 뗏꾼들이 막골을 떠났다. 비호와 호상이는 그날로 영월 맏밭 성두봉 객주의 임방에 도착했고, 청풍도가 조병삼과 뗏꾼들은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 정오가 되어서야 맏밭나루에 도착했다.

영월 맏밭나루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점심나절이 되자 사람들은 더욱 모여들었다. 그리고 한낮이 되자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청풍 무뢰배들과 뗏꾼들이었다. 맏밭나루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산판에 간다며 집을 나간 지 근 달포 만에 보는 가장이었다. 뗏꾼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모여 있던 사람들 중 여기저기서 이름을 불러댔다. 귀에 익은 가솔들의 목소리를 듣고 뗏꾼들도 술렁거렸다.

“우리는 여기를 지나 곧바로 서강으로 갈 것이오. 그러니 이탈하지 마시오! 얘들아, 니들은 대열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요절을 내거라!”

조병삼이가 엄포를 놓았다. 그 소리에 뗏꾼들을 둘러싸고 있던 무뢰배들이 눈깔을 휘번덕득이며 뗏꾼들에게 달려들려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난리판에 군역 가는 것도 아닌데, 뭔 중헌 일 간다고 식구덜 얼굴도 못 보게 한 대유.”

“죄 짓고 잡혀가도 이런 법은 없소이다!”

“이제 떼를 타면 또 달포는 못 볼지도 모르는데 이거 코앞에서 너무 하는 거 아니오?”

거칠게 밀어내는 무뢰배들을 향해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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