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봉화수 입장에서도 이번 일은 반드시 무산시켜야 할 중차대한 일이었다. 이번 일이 청풍도가와 북진여각의 상권과 흥망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었다. 만약 어느 쪽이든 이번 싸움에서 패하는 쪽은 상당한 피해를 입고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열쇄는 골안 뗏목꾼들의 손에 달려있었다. 뗏목꾼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었다. 더구나 지금으로서는 청풍도가에서 뗏목꾼들의 목줄을 움켜잡고 있으니 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니 봉화수도 몸이 바짝바짝 달았다.

“아제, 여러 돌아가는 정황을 봐도 청풍도가가 우리 뗏꾼들을 이용해서 지들 욕심을 채우려는 게 분명하우. 그렇지 않고서야 워째서 처음 약속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고 자기들 제멋대로 강압적으로 이리 한단 말이래유? 그러니까 아제가 뗏꾼들을 잘 설득해 저놈들 일을 파토시켜야 해유!”

길잡이 호상이도 도사공 상두를 설득했다.

“나라구 워째 그걸 모르겄냐? 그렇지만 확실한 증좌가 없으니 뗏꾼들 설득이 용이치 않다는 거지. 게다가 저놈들 선금에 코가 꿰여있고, 저놈들 강압에 모두들 주눅이 들어있으니 쉽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게 걱정스러워 그러는 거 아니더냐?”

“우리 청풍도가에서 낯을 내놓고 할 수 없는 처지라 전적으로 나서서 도와줄 수 없으니 도사공께는 송구하기만 하외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할 테니 어렵더라도 도사공께서 나서 주시오!”

“알겠소이다. 뗏꾼들 설득은 내가 해보겠소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우리가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상론을 해봐야하지 않겠소이까?”

“물론이오! 도사공께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뗏꾼들을 설득해 동조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일단 맏밭나루에 당도하거든 무슨 명목을 내세우더라도 청풍도가 조병삼이가 일방적으로 내세웠던 새 약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시오. 그리고 그런 조건으로는 뗏일을 할 수 없으니 공가는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라고 요구하고 뗏꾼들을 선동해 주시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뗏꾼들이 할 일을 구체적으로 일러주었다.

“그러다 저놈들 무뢰배들과 충돌이 일어나 뗏꾼들이 상하기라도 하면 어찌 하려오?”

도사공 상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데리고 온 뗏꾼들이 해를 입지는 않을까 그것에만 노심초사했다.

“몇 몇 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불가피한 일이오. 그렇지만 더 큰 불상사를 막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감수해야하지 않겠소이까?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뒤에서 조정을 할 것이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를 안심시켰다.

“우리같이 몸뚱아리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몸이 재산인데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가야할텐데 그것이 걱정이오!”

“그건 걱정마오! 저 놈들한테도 지금 뗏꾼 한 명 한 명이 소중할 것이오! 그러니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엄포만 주지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오!”

“알겠소이다. 그렇다면 나는 움막으로 내려가 뗏꾼들 분위기를 살펴보고 이야기한대로 공작을 할 테니, 그쪽에서도 최대로 힘을 써주시오!”

도사공 상두가 봉화수와 입을 맞추고 다시 움막으로 내려갔다. 움막으로 내려온 상두는 자신이 정말 믿을 수 있는 가까운 뗏꾼들부터 만나 그들의 생각을 떠보았다. 그들 역시 상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리 선금으로 받은 공가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혹여라도 일을 얻지 못해 가솔들 배라도 곯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폭압을 해도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뗏꾼들 역시 조병삼이가 청풍도가의 명을 받고 온 감독자로 알고 있었다. 상두는 봉화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은근하게 던지며 청풍도가의 모사를 뗏꾼들에게 내비췄다. 뗏꾼들도 상두처럼 그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하기야 주인 놈이 머슴 새경 떼어먹는 일은 숫하게 봤어도 목상들이 뗏꾼 공가 떼어먹는 일은 없었으니 아무리 도사공 말이라 해도 선뜻 받아들이기는 가당치 않았다. 그러나 상두는 혹여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니 다른 동료들에게도 전하고 뗏꾼들끼리 똘똘 뭉쳐 공가 문제를 다시 조병삼에게 물어 확답을 듣는 것이 좋겠단 말을 퍼뜨렸다. 개중에는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상두의 말에 잔뜩 두려워하는 뗏꾼도 있었지만, 대다수 뗏꾼들이 그동안 청풍도가가 자신들에게 했던 행태를 생각하며 도사공 상두의 말에 수긍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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