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아까 도사공께서는 공가를 받지 못하면 청풍도가로 달려간다고 했지만, 거기 간다고 김주태가 공가를 줄 것 같소이까?”

“처음 김주태가 나를 찾아와 약조한 일인데 왜 안 준단 말이오?”

도사공 상두는 봉화수가 가당치도 않은 말을 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조병삼이가 도사공과 다시 계약을 하자고 했다하지 않으셨소? 김주태는 조병삼이를 핑계 대며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 것이오! 그렇게 하려고 조병삼이를 이리로 보낸 것이오. 이 일이 끝나자마자 그놈들은 도망칠 것이오. 그러면 뗏꾼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것이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김주태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되려 뗏꾼들에게 준 선금까지 내놓으라고 할 것이오! 이제껏 그렇게 당한 사람이 수도 없소! 본래 김주태가 그런 놈이오.”

믿지 못하겠다는 도사공 상두에게 봉화수가 김주태의 됨됨이를 까밝혔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저놈들은 내일 일찍 뗏꾼들을 몰고 여기를 떠난다고 하는데…….”

그제야 도사공 상두는 몸이 달아 봉화수에게 매달렸다. 봉화수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청풍도가 김주태나 조병삼을 믿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청풍도가 쪽에서 뗏꾼들을 대하는 꼴을 보면 점점 신뢰가 떨어졌다. 그것은 도사공 상두뿐만 아니라 뗏꾼들도 함께 느끼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것은 받은 선금과 무뢰배들의 폭압 때문이었다.

“도사공께서 뗏꾼들을 잘 설득해 청풍도가에 등을 돌리게 만들어주시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할 일을 말해주었다.

“내일 식전이면 떠난다고 하는데 확실한 증거도 없이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뗏꾼들을 설득할 수 있단 말이오?”

도사공 상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 여기를 내려가 영월에 당도하려면 이틀은 걸릴 것 아니겠소이까? 영월을 지나 서강으로 들어서기 전에 들고 일어서야 하오. 그 사이에 뗏꾼들을 설득해 돌려놓아야 하오이다. 서강으로 들어서면 여러 가지로 번거로우니 영월임방이 있는 맏밭나루 쯤에서 일을 벌이는 것으로 합시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성두봉 객주가 있는 맏밭나루에서 뗏목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봉화수가 도사공에게 그리 계획을 말하는 것은 뗏꾼들과 북진여각에서 올라온 봉화수와 동몽회원들의 힘만으로는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감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저놈들 감시도 만만찮을 것인데 어떻게 이틀 동안에 뗏꾼들을 돌려놓을 수 있단 말이오?”

도사공 상두는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렇게 해야 하오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도사공은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이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겁을 주었다.

“지금보다 더 큰 곤경에 처할 일이 무어요?”

“생각을 해보시오. 서강 뗏목일이 끝나고 저놈들이 몽땅 사라지면 뗏꾼들이 누구에게 달라붙어 원망을 할 것이오. 처음 자기들을 끌어들인 도사공에게 모든 책임을 물려하지 않겠소이까?”

그건 봉화수 말이 백번 옳았다. 평생을 같이 물 위에서 생사고락을 하며 살아왔지만 당장 가솔들 밥줄이 걸려있는 공가를 떼이게 된다면 잠자코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동강 전체 뗏꾼들을 청풍도가 김주태 말만 믿고 끌어들였는데 만약 잘못된다면 아무리 신망을 받고 있는 도사공 상두라 해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흐이그!”

도사공 상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사공께서는 그리 막막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소! 조병삼이나 무뢰배들 동태를 잘 살펴보시오. 반드시 그놈들 꿍꿍이를 알아낼 조짐이 있을 것이오. 그것만 알아낸다면 뗏꾼들도 순식간에 돌아서지 않겠소이까?  그리고 뗏꾼들이 받은 선금은 내가 모두 책임지겠소! 그러니 산을 내려가 맏밭나루에 도착할 때까지 뗏꾼들 마음을 돌려놔 주시오! 그리고 지금 확답은 줄 수 없지만 영춘 심봉수 객주님과 상의해 차후 뗏꾼들 일도 주선해보겠소이다!”

봉화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그런데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뗏꾼들 생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으려는지…….”

도사공 상두의 얼굴이 좀 밝아지기는 했지만, 막막해하는 표정은 여전했다.

“도사공께서 꼭 해줘야할 일이오!”

봉화수가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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