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한때 담배를 즐겨 피우던 애연가였다가 끊은 지 십여 년이 지난 언젠가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금연전도사가 된듯하여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든다.

주위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이 ‘억지로 끊으려 하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어 건강에 안 좋으니 건강에 큰 이상 없으면 피우라 말하면서도 난 내 인생 최고로 잘한 것 중 하나가 담배 끊은 것’이라고 둘러서 말하곤 한다.

예전엔 담배는 멋과 낭만의 상징이었고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당연히 피우는 기호품이자 어른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 주인공은 하나같이 무언가 고독이 있고 낭만적 묘사나 어려운 결단을 할 땐 담배 연기 내뿜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었다.

필자역시 고3 가을부터 친구들과 까치담배 나눠 피기 시작하여 40대 중반까지 근 30년을 피우며 즐겼다. 군인시절 고된 훈련 중에 휴식시간 들어갈 때 ‘담배일발장전’이란 구호와 함께 피울 때의 즐거움은 군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 후 직장생활하면서도 문서기안이나 기획서 작성하다 화장실가서 담배한대 피우면 기쁨도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됐었다.

특히 직원들과 회식하다 잠깐 화장실가서 담배 피우는 즐거움은 하루 최고의 행복이었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취하였나 가늠할 수도 있고 재미있었다. 그러다 그 좋아하던 담배를 끊게 된 시작은 아이들이 스스로 화장실을 가면서 담배 냄새난다고 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할 수없이 흡연 장소를 베란다로 옮기어 피웠는데 그런 생활이 몇 년이 지나고 어느 날 담배를 끊게 된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지인들과 2차 맥주 집에서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 담배를 즐기러 화장실가서 볼일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등 뒤에서 젊은 여성들이 ‘아휴 담배냄새’하는 소리가 비수처럼 꽂혔다. 그때 생각이 ‘아하 여기도 피울 곳이 못 되는구나’판단되었고 낭만으로 상징되던 그 옛날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남에게 피해주며 피우는 건 도리가 아니란 생각에 끊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담배 끊은 세월이 십여 년 지나 언제인가부터 담배냄새가 역겹다 못해 고통스럽게 느껴지니 애연가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담배 피울 땐 그 좋던 냄새가 안 피우다보니 이토록 싫어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화장실을 함께 쓴 아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되고 내색한마디 안한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고 있다. 매일같이 운동하는 코스에서도 담배피우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그때는 담배연기를 피하려 숨을 안 쉬고 빨리 뛰어 지나가곤 한다.

얼마 전 선배분과같이 상가에 갔는데 잠깐 기다리라 하고는 어디로 바삐 가기에 어디가나 봤더니 구석진 곳에가 혼자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아직도 못 끊었구나 하는 생각에 측은하게까지 느껴졌다.

한때 담배를 피우며 즐기던 애연가였지만 언젠가부터 금연전도사가 됐고 ‘내 인생 최고로 잘한 것 중 하나가 담배를 끊은 것이라’고 자랑할 만큼 금연은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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