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처음 중국에서 사람들이 폐렴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내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 이후 더욱더 빠르고 널리 중국에 퍼져 나가도 마찬가지였다. 사스, 메르스 등 다른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내 주위 사람들은 걸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때 발생하는 새로운 병원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폭발적인 확산이 일어나고, 사망자가 늘어가면서 내 인식은 상당히 변해갔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혈안이 돼갔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으면 괜히 피해 다녔으며, 마스크는 항상 KF94여야 했다. 마스크가 없으면 나가지도 않았으며, 외출 자체를 자제했다. 손에 물건이 닿으면 무조건 깨끗이 닦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만큼 두려웠고, 무서웠다.

하지만 익숙함 또한 무서웠다. 몇 달 사이 내 인식은 또다시 변해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 대에서 점점 내려가기 시작해 10명 안팎으로 유지됐고, 사망자가 줄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내 불안감도 완화돼갔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 시작했고, 외출도 잦아졌다. 내 생명을 지켜주는 마지막 방어막인 마스크가 답답해지기 시작했고, 덥고 거추장스러워졌다. 물론 손 씻기도 꼼꼼하게 하지 않았다. 이대로 코로나19가 물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거리를 거닐고 있으며, 그중 마스크를 턱으로 내린 사람이 많고, 아예 착용하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다. 우리 모두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익숙해졌다.

우리는 이러한 익숙함의 결과를 지금 경험하고 있다. 크고 작은 소규모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10명 안팎을 유지하던 1일 확진자 수는 50명 안팎이 됐다.

코로나 초기에 많은 국민은 함께 정말 열심히 싸웠다.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관광산업과 문화산업 등이 위기를 맞아 많은 소상공인이 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IMF 금융위기 등을 멋지게 헤쳐나간 대한민국의 국민다웠다.

하지만 익숙함이라는 마음속 바이러스로 인해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아직 마음을 놓을 시기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집단감염이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제2의 대구 경북의 확산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고, 더 강한 전염력을 가진 새로운 변종들이 계속해서 출현하고 있다.

더 이상 코로나의 불안감에 익숙해지지 말고, 조금 더 불안해하며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어떠한 위기라도 헤쳐 나가는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을 또다시 세계에 알릴 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