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한동안 잠잠했던 ‘행정수도 이전’이 다시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행정수도가 16년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기형적인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분명하다. 야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부동산 민심 악화 등 악재를 덮으려는 여권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지지부진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지방 지자체 입장에서도 굳이 거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국회, 모든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당청이 앞 다퉈 공론화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지역분권형으로 추진하겠다”며 힘을 보탰고, 대권잠룡인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 유력주자들이 찬성 의견을 냈다. 국회 차원의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 설치가 제안됐고, 김두관 의원은 ‘행정수도특별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 같은 돌격은 국민의 여론이 호의적인 데 기반하고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차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60%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미터의 22일 발표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찬성은 53.9%, 반대는 34.3%에 그쳤다. 두 의견 차이는 오차범위를 크게 넘어선 수치로 행정수도 이전의 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여론의 향배 때문인지 야당은 기본적으로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비판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논의 여지는 남기고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정진석, 이종배, 장제원 의원 등 민주당의 제안에 협의 의사를 밝히는 의원도 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개헌을 포함한 국민 설득 로드맵을 민주당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정부여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 속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이 크다보니 어느 정도는 정치·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행정수도 이전은 주택, 교통, 환경 등 수도권 집중화로 산적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22일 공표한 2015년 지역산업연관표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 산출액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들어 더 커져 전체의 46.4%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수도권 편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넘게 살고 있다. 이런 상태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야는 정략적 계산을 넘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자세로 행정수도 이전 협의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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