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누구나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다 보이는 장롱 속이나 커튼 뒤, 식탁 밑에 숨는다. 엄마는 숨은 곳을 대번에 알지만 모른 척한다. 아이 때의 숨바꼭질은 남들은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르는 숨바꼭질이다. 아이에겐 순수성이지만 어른이라면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어도 ‘청렴’에서는 말이다.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라는 뜻이고 의역하면 ‘나쁜 일을 하고서도 남의 비난이 듣기 싫어 자기 귀를 막아 보지만 그래도 소용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곧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음을 자기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데 짐짓 떳떳한 척하거나 모르는 체하는 행동거지를 빗댄 말이다.

우리는 종종 문제를 일으키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의 눈 가리고 아웅 식 해명을 듣는다. 마치 엄이도종처럼 귀를 막고 질문을 듣지 않은 채 떳떳한 척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는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에 대해 회의감마저 들게 하고 “청렴하게 사는 것이 바보 같다”, “너무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로서의 청렴은 더욱 중요하다. 청렴은 과거에도 강조됐고, 현재도 강조되는 가치이다. 올바른 가치를 지닌 청렴은 미래를 여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공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공직자는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내가 속한 부서도 관례처럼 돼 버린 ‘승진 턱’ 내지 않기, 전별금 주지 않기, 각종 모임 시 비용 분담하기, 청렴의식 고취 서약식 실시, 개인 정보 이외의 모든 정보는 공개하도록 해 모든 업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력의 힘은 청렴에서 그 정당성이 나온다. ‘물질의 부패’를 넘어 ‘생각의 부패’를 청산하고 실천하면 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 진정한 청렴은 공직자 스스로 수심(修心)하고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면 됐지”, “나 정도면 청렴한 거야”라는 생각을 해 엄이도종(掩耳盜鐘)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청렴한가요?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