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470년, 공자(孔子)는 노나라뿐만 아니라 이웃한 나라들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예절을 표방하는 유학이 차츰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랑이라는 물 좋은 곳을 유람하고 있었다. 가다보니 거대한 폭포를 발견했는데 폭포수 길이가 삼십 길에 이르렀고 폭포수에 물줄기가 사십 리나 뻗어져 나갔다. 물살이 워낙 세서 자라나 물고기도 감히 헤엄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굉장한 폭포 계곡에서 한 남자가 수영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공자는 그 남자가 어떤 인생의 고민으로 물에 빠져 죽으려는 줄로 알고 제자들에게 저 남자가 흘러내려오면 물에서 건져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폭포수에서 유유히 흘러내려와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며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남자는 그저 그 사나운 폭포 속에서 수영을 즐겼을 따름이었다.

공자가 그 남자의 태연한 자태를 보고는 놀라서 다가가 물었다.

“나는 당신이 물귀신이 되는 줄만 알았소. 그런데 당신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니 수영 솜씨가 정말 놀랍소. 어떻게 그 깊고 험한 폭포 속에서 태연하게 놀 수 있는지 내게도 가르쳐 주시오?”

머리는 산발하고 수염은 길게 기른 남자가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에서 노는 것이 무슨 대단한 비결이 있겠습니까. 나는 그저 땅에서 생활할 때는 땅의 순리를 따랐고 물에서 놀 때는 물의 순리를 따랐을 뿐입니다. 물이 거세게 소용돌이쳐서 내 몸을 빨아들이면 그저 같이 빨려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물이 다시 소용돌이에서 나를 뱉어내면 같이 따라 나오는 것뿐입니다. 순리를 따라할 뿐인데 그걸 무슨 솜씨라 하겠습니까?”

그러자 공자가 이어 물었다.

“순리를 따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 운명이라는 겁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땅에서 태어났으니 땅의 순리대로 사는 것이 가장 편안했고, 물에서 놀려니 물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편했을 뿐입니다. 내가 어떻게 그런 순리를 따라 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된 것이니 운명이라 해도 되겠습니다.”

유학자인 공자는 그때까지 인의예지신만이 인생의 전부인줄 알고 살았었는데 이처럼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고 자신이 전혀 모르는 것들도 인생에서는 수두룩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이는 ‘장자(莊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수도거성(水到渠成)이란 물이 꾸준히 흐르면 자연스럽게 개울을 이룬다는 뜻이다.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든 꾸준히 한 길을 파서 순리대로 행하면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인생에 작은 꿈이라도 이루어낸 사람들은 늘 이렇게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면 꾸준한 것이 으뜸임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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