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도사공 상두는 움막으로 내려가자마자 남출이를 불렀다. 남출이를 통해 청풍도가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남출아, 너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내가 언뜻 얘기를 들으니 청풍도가에서 처음 약조한 것을 지키지 않을 거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던가유?”

남출이가 물었지만 북진여각에서 올라온 사람들 이야기라는 것을 상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출이를 아직도 온전하게 믿을 수 없으니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였다.

“아마도 우리 동강 뗏꾼들을 이용해서 지들 뱃속만 채우려한다는 얘기가 있다. 너는 그걸 좀 자세하게 알아내거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도 거기에 대한 대비를 세워야하지 않겠느냐?”

“그럼 나한테 약조한 것도 그짓뿌렁이겠내유?”

남출이는 청풍도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제 걱정 먼저 했다. 남출이는 아직도 청풍도가와 북진여각 양쪽으로부터 돈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 몫을 찾아먹기 위해서라도 저 놈들 속셈을 환하게 알아내야 한다!”

도사공 상두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남출이를 보며 비위가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부탁만 했다.

막골 움막은 어제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올라와 합류한 이후 더욱 부산해졌다. 그리고 뗏꾼들에 대한 통제도 심해졌다. 분명 무슨 일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청풍도가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대충 감은 잡고 있었지만, 확실하지 않은 풍문이나 다름없는 근거를 가지고 뗏꾼들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다. 혹여 잘못했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했다. 남출이는 저와 잘 통하는 놈이 있다며 저들끼리 무슨 이야기가 오갔으면 알아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남출이를 보내고 난 다음 도사공 상두도 뗏꾼들을 만나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도사공 어른, 뗏꾼들을 산에다 가둬두고 뭘 하자는 건가유?”

“도대체 우리는 언제 떼를 타는 것이오?”

뗏꾼들이 물었지만 도사공 상두는 아무런 말도 해줄 것이 없었다.

“받은 돈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어유. 우리가 염병에 걸린 것두 아니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여기에 갇혀 옥살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유!”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무서워 마음 놓고 이야기는 하지 못해도 뗏꾼들 불만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이제 곧 어떤 식이든 결판이 날테니 조금만 참고 있게.”

“그게 언제유?”

“그러게, 곧 되겄지.”

여전히 도사공 상두는 뗏꾼들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청풍도가 무뢰배들을 염탐하러 갔던 남출이가 도사공 상두를 다시 찾아온 것은 한 식경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무언가에 열을 받았는지 녀석의 얼굴은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도사공 어른, 뗏꾼들을 데리고 막골을 떠난대유!”

남출이는 밑도 끝도 없이 그 말부터 했다.

“언제?”

“내일 식전에 떠난대유?”

“어디로 간다고 하더냐?”

“서강 쪽으로 간다고만 하대유.”

비호가 듣고 온 이야기와 남출이가 물어온 이야기가 같았다. 그렇다면 우갑노인과 약속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다른 얘기를 더 들은 것은 없느냐?”

“있습니다! 그놈이 기막힌 얘기를 하더라구유.”

“그게 무슨 얘기더냐?”

“이 얘기가 흘러나가면 큰일 난다며 절대로 어디 가서 씨불거리지 말라며 나한테 하더라구유.”

“뭔데?”

도사공 상두가 궁금증이 더해져 바싹 다가앉으며 물었다.

“도사공 어른은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얘기가 맞더라구유. 어제 올라온 무뢰배 놈들 중 왕초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 뗏꾼들을 끌구 서강으로 가서 거기 떼를 영춘까지 옮기고 난 다음 다시 동강 쪽 떼를 큰물이 지기 전까지 옮길 거라네요. 그런데…….”

여기까지 이야기하던 남출이가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런데?”

도사공 상두가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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