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2002년 분리배출이 의무화된 뒤로 분리배출은 우리나라에게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이다. 모든 아파트마다 분리배출함이 있고, 작은 사무실에서도 페트병 등의 재활용 쓰레기는 당연하듯 분리배출한다. 덕분에 2013년 기준 대한민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59%로, 독일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자랑스러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 평균 발생하는 1인당 생활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률은 69%이지만, 재활용제품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질 재활용률은 20.8%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이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있지만, 정작 분리배출된 재활용 쓰레기 중 극히 일부만이 재활용제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분리 배출장에서 음식물 등으로 오염되고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매체에서 쓰레기 재활용에 관한 뉴스나 기사를 접할 때면 지난해 청주시 자원재활용 선별센터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당시 지방공무원 신규 교육과정의 하나로 자원재활용 선별센터를 견학했던 경험은 쓰레기 재활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저 멀리 보이던 자원재활용 선별센터가 가까워질수록 코를 찌르는 악취에 숨을 들이마시기가 어려웠고, 주변에는 재활용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최대한 숨을 쉬지 않으려고 애쓰며 안내 직원을 따라 재활용 쓰레기가 선별·분류되고 있는 내부 작업장으로 들어갔고, 쉼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재활용 쓰레기가 줄지어 딸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 끝에는 대여섯명의 직원들이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낀 채 말없이 재활용 쓰레기를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분류하고 있었다.

재활용센터를 방문한 후 가장 뇌리에 남았던 것 중 첫번째는 재활용이 될까 싶을 정도로 오염되고 음식물로 뒤범벅된 쓰레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취였고, 두번째는 잠깐 있는 것도 버티기 힘들었던 그 쓰레기 더미 가운데서 일일이 쓰레기를 집어 분류하던 직원들이었다. 청주시 전체에서 밀려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재활용 쓰레기가 수작업으로 분류된다는 사실과 쓰레기 분류가 잘되지 않아 날카로운 것에 손을 다치시는 경우도 많다는 안내 직원의 설명은 한동안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재활용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다’는 4가지 원칙이 모두 지켜져야 한다.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페트병이 재활용된다는 믿음이 ‘죄책감 지우개’ 역할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역시 쓰레기를 분리배출만 하면 모두 재활용될 것이라는 믿음과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재활용 쓰레기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죄책감을 지우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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