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와, 이렇게 큰 감자가 나왔어요!”

6월의 햇살이 따가운 오전 9시. 난생처음 잡아보는 호미 자루 움켜쥐고 한 아이가 제 주먹보다 더 큰 감자를 집어 올린다.

다른 아이도 신기한 듯 작은 감자 몇 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굴려본다. 막 캐낸 감자들이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놀라 풋풋한 흙냄새를 풍기고 쪼그려 앉은 아이들의 작은 발밑으로 텃밭의 행복이 다져지는 시간이다.

우리 금천동에는 작은 농부가 있다. 청주 행복지구 민간 공모 사업으로 시작된 도심 속 ‘행복 텃밭’을 가꿀 신청자로 모인 십여명의 초등학생이 작은 농부다. 학생과 자모들, 주민자치위원 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텃밭을 가꾸는 체험으로 행복을 챙기고 있다. 늘 흔하게 먹는 걸로만 알았던 채소 이름도, 모양도, 처음 보는 생소한 낯선 채소도 눈여겨보고, 본 적도 없는 호미 자루에 힘도 줘보며 그 어느 것 하나 신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작은 농부의 손길과 발길로 이어져 텃밭이 풍성해지고 있다. 강낭콩을 수확하는 날 꼬투리 속에 박혀 있는 콩들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려는 눈빛들, 요리저리 만지작거리며 갸우뚱거리는 고개들, 이런 체험 하나 하나가 훗날 5대주 6대양을 누비며 청주시를 빛내고 금천동을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일꾼으로 키우고 있다고 자부해본다.

첫 수업 체험으로 잎상추를 수확하던 날 상추의 아랫부분을 잡고 옆으로 젖혀서 잎을 따라는 부위원장의 설명과 실습을 보면서 자모들조차 경험 없는 일에 우리 작은 농부들 상추 밑동만 들여다보고 애꿎은 잎들만 툭툭 건드려 담배상추, 치마상추, 적상추가 한껏 움츠리다 든든한 꽃 대궁이나 세우려는 발돋움으로 흔들거렸고, 저 먼 어느 날 옹기종기 둘러 앉아 웃어가며 볼 터지게 먹던 상추쌈이 한 장의 추억으로 얼룩거렸다.

토마토, 고추, 상추, 가지, 호박, 감자 등을 수확해 나눔도 했다. 많지 않은 한 움큼 한두개씩 나누는 작은 나눔이지만 크나큰 보람과 땀 흘린 수고를 느꼈으리라 여긴다. ‘행복 텃밭’ 텃밭의 행복이 이런 것이었다.

오늘도 지난주 받아온 작은 농부 학습지에 실린 채소의 재배방법과 수확한 채소에 대한 효능, 이용 방법까지 상세히 기록한 내용을 훑어봤다. 농학 박사이신 송인규 부위원장 덕분에 농작물에 대한 지식과 영양적 가치까지 새로운 것을 깨닫고 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여기 모인 봉사자들이 그 한 사람의 수고와 열정을 곁들인 청주의 행복지구 민간사업인 ‘행복텃밭 가꾸기’ 행사에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리고 있다.

강낭콩을 수확한 밭둑에 여름 상추를 심을 작은 농부들의 꼼지락거리는 손놀림을 기다리며 아직 먼 토요일을 헤아려본다. 우리 행복 텃밭의 작은 농부들과 텃밭 채소의 웃자람을 지켜낼 화창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한낮의 정오를 성큼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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