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이름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겠고, 그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자가 무뢰배들을 인솔하고 있었습니다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는 청풍도가에서 꽤나 꼴심을 쓰는 자 같았습니다요.”

“또 다른 들은 얘기는 없더냐?”

“내가, 장사하러 가는 차림은 아닌 것 같고 뭐 하러 가느냐고 떠봤더니 지들 대가리 눈치를 살피며 동강 어디 산속으로 떼쟁이들을 몰러 간다는 거요.”

“몰러가, 뗏꾼이 무슨 소냐? 몰러가게!”

“시치미를 떼고 강가가 아니라 왜 산으로 떼쟁이들을 몰러가는냐고 물었더니 그들 하는 말이 그럴 일이 있다며, 뗏꾼들을 서강으로 몰고가야한다고 하던데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비호 말을 듣고 보니 청풍도가 김주태의 명을 받고 가는 조병삼과 무뢰배들의 행선지가 명확해졌다. 우갑노인과 약조한 대로 김주태는 골안 뗏꾼들을 서강 주천으로 데리고 갈 참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서강 주천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조병삼이 그곳에 당도한다면 우갑노인의 약조가 거짓임이 들통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주태를 죽이려던 북진여각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그 전에 어떤 모사라도 꾸며 청풍도가와 뗏꾼들 사이를 벌려놓아야 했다.

“저들이 주천으로 간다면 큰 일 아닌가?”

성두봉 객주도 심히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었다.

“여한 일이 있어도 거기까지 가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지요!”

봉화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형님 그놈들이 저들끼리 떠들다가 하는 말을 주워들었는대 요상한 말을 하더라구요.”

“무슨 말을?”

“가들이 하는 말이, 영월 깡촌 뗏꾼놈들 선돈 받고 공가 후하게 받을 생각에 들떠 있지만 날 샜다고 그러더라구요.”

“날 샜다구?”

“예, 날 샜다구! 지들도 들은 얘기라며 청풍도가를 떠나올 때 윗 대가리들 하는 말이, 본래 동강 뗏목만 옮기고 파산할라구 그랬는데 하늘이 돕는 지 생각지도 못한 서강 뗏목까지 그것도 오만주나 되는 통나무의 반을 먹게 되어다며 그것부터 옮겨놓고 동강 것을 옮기는데 공가는 어째저째해서 떼먹을 작정이라구 하던대요.”

비호가 얼렁설렁 주워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분명히 그리 들었단 말이지?”

“예, 분명 그리 들었습니다요!”

“그런 중한 소리를 아랫것들이 그리 알도록 떠들리가 있겠느냐? 아무래도 그놈들이 뭘 잘못 들었거나 부러 그런 소리를 퍼뜨리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더냐?”

“지가 점쟁이가 아니니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여하튼 그리 들었습니다요.”

“지들한테 책잡힐 얘기를 윗대가리나 아랫것들이나 그리 함부로 얘기할 리 있겠는가. 어쨌든 그들 사이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성두봉 객주가 비호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진위를 알아보자고 했다.

“객주님, 그걸 어떻게 알아본단 말입니까?”

“지금 올라가고 있는 청풍도가 놈들이 막골로 갈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도가 김주태에게 받은 지시를 자초지종 그놈들에게도 전할 것 아니겠는가. 그걸 알아내자는 것이지.”

“글쎄요, 그걸 어떻게 알아본단 말입니까?”

“그놈들과 가차이 지내는 남출이가 있잖은가. 그리고 상두도 있고. 그 둘이 그놈들과 붙어있으니 주워듣는 이야기만 해도 무슨 계획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는지 알아내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그놈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뭐라도 알아야 우리도 방비책을 세울 것 아니겠는가?”

“그럼 저는, 한시가 급하니 지금 당장 막골로 올라가 도사공과 남출이를 만나 청풍도가 놈들의 속셈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봉화수가 성두봉 객주의 말을 듣고 도도고지산 막골로 가겠다며 서둘렀다.

“호상이와 비호도 함께 데리고 가게! 각중에 일을 당하면 우왕좌왕하다 그르칠 수도 있으니 급전이 생기걸랑 곧바로 비호를 여기로 보내게! 우리도 여기서 준비해야 할 일이 있을 게 아니겠는가?”

“알겠습니다, 객주님!”

봉화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맏밭나루를 떠나 막골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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