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어쨌든 이번 일은 골안 뗏꾼들을 누구 쪽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싸움의 결판이 날 것입니다. 우리도 그걸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한텐 상두가 있지 않은가. 그 친구는 뗏꾼들한테도 신망이 두텁다네.”

“그렇기는 하지만 객주님 말씀처럼 저놈들 소굴에 갇혀있어 우리 마음대로 손을 쓸 수가 없으니 그게 문제지요. 더구나…….”

“또 뭔가?”

봉화수가 말끝을 흐리자 성두봉 객주가 물었다.

“뗏꾼들 모두가 청풍도가로부터 선돈 받은 것이 있고, 또 그놈들이 일이 끝나면 돈을 더 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해놓았으니 어지간해서는 도사공 말을 잘 따르려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참는 건 그 돈 때문 아니겠습니까?”

“하기야 돈 싫어하는 놈이 있을까. 모두들 돈 때문에 이리 꿈적거리며 사는 거 아니겠는가?”

“게다가 앞으로도 떼 모는 일을 보장해준다고 하니 뗏꾼들이 거기에 혹한 것 아니겠습니까. 뜨내기처럼 목상들이 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 선돈에 공가까지 넉넉하게 준다하고 일자리까지 보장을 받았으니 뗏꾼들 입장에서는 청풍도가가 부처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걸 어떻게 바꿔야겠는가?”

“무뢰배들이 자신들을 산속에 가둬놓고 억압하고, 겁을 주고, 여차하면 주먹질을 당하면서도 돈 생길 것을 희망하며 청풍도가에서 약조한 것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도사공도 뗏꾼들 맘 돌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출이처럼 고자질하는 놈이 어디에 누가 또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절벽이니 함부로 얘기를 밖으로 발설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답답지경이구먼!”

봉화수가 하는 말을 듣고 성두봉 객주는 막막함에 한숨만 지었다.

“이렇게 앉아 백날 얘기한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어유. 지금 올라오고 있는 청풍도가 무뢰배들 염탐을 시켰다고 하니 그들이 올라오면 뭔 얘기라도 들은 것이 있을 테니 그들 얘기를 들어보고 뭔 방도라도 내는 게 어떻겠드래유?”

길잡이 호상이가 죽상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게. 내일이면 무뢰배들도 여기 맏밭에 당도하지 않겠는가?”

성두봉 객주도 호상이 말에 따르는 것에 좋겠다했다.

“객주님, 저 친구를 수하에 두시고 장사를 가르쳐보심이 어떻겠습니까?”

봉화수가 호상이를 가리키며 성두봉에게 장사를 가르쳐보라고 했다.

“장사는 아무나 한 대유. 땅이나 파다 일이 있으면 뒷일이나 보는 내가 무슨 장사를 한단 말이드래유?”

성두봉 객주가 대답도 하기 전에 호상이가 먼저 손사래를 쳤다.

“그게 아니요. 내가 이번에 보니 허드렛일이나 하며 썩을 사람이 아니오! 객주님, 영월임방에 맡겨볼 일이 있나 잘 좀 생각해 보세요!”

봉화수가 다시 성두봉 객주에게 호상이를 부탁했다.

“그거야 천천히 해도 될 일이고, 이 일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할텐데 뾰족한 방도가 없으니 그게 더 큰일일세!”

“어떻게 하든 이번에 청풍도가 김주태를 반쯤 거꾸러뜨려야 합니다!”

“오늘은 이만하고 어서 쉬게나. 내일 또 상론해보세!”

성두봉 객주가 나가고도 한참을 봉화수는 잠들지 못했다. 이번 일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 일이 전적으로 자신의 어깨에 달려있으므로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먼 길을 오느라 기력이 다해 몸은 천근만근인대도 머릿속은 점점 더 또렷해져가기만 했다.

“형님!”

이튿날, 한나절도 되기 전에 비호가 동몽회와 함께 영월임방에 당도했다.

“뭘 좀 알아낸 것이 있느냐?”

봉화수가 청풍도가 놈들의 동태부터 물었다.

“이틀을 나그네처럼 행세하며 그들과 함께 영월까지 함께 왔습니다요.”

“그놈들이 이상하게 여기진 않더냐?”

“웬걸요. 그놈들은 천렵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 우리한테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요. 우리는 영월까지 간다고 하니까 자기들은 영월서도 한참을 더 먼 곳까지 가야한다며, 여적지 살며 이렇게 먼 길은 처음 가본다며 신나 있더라구요.”

“거기 우두머리가 조병삼이란 자가 맞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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