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청풍도가에서 김주태의 밀명을 받고 떠난 김주태의 수하 조병삼을 앞질러 가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북진여각에서는 즉시 박왕발이를 띄워 영월로 향하고 있는 봉화수 일행을 따라잡고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봉화수나 영월 성두봉 객주도 청풍도가 무뢰배들보다 먼저 이 사실을 알고 그에 걸맞는 대책을 세워야 했다. 왕발이가 잰걸음으로 북진으 떠나 봉화수 일행을 만난 것은 단양의 놋재를 넘기 직전이었다.

“왕발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안았는데 무슨 일이냐?”

“성님, 갑자기 기별할 일이 생겨 이리 급하게 달려왔지 뭐유?”

비호의 물음에 왕발이가 헐레벌떡거리며 대답했다.

“기별할 게 뭐더냐?”

“청풍도가에서 조병삼이란 자가 무뢰배들 수십을 이끌고 영월로 향하고 있다는 기별을 전해주라는 대행수 분부를 받고 이리 달려왔습니다.”

“무슨 일로 그리 한다는 것은 모르고?”

“그야 어찌 알겠습니까요. 다만 그놈들이 우리와 똑같이 영월로 향하고 있다니 각별히 조심해서 일을 처리하라는 말씀이 있었구먼유.”

“알겠으니, 너는 여각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여각으로 즉시 기별할 테니 대행수 어른께 여기 일은 심려를 놓으시라고 전하거라!”

봉화수가 왕발이 기별을 받고 답을 했다.

박왕발이가 기별을 전하고 북진여각으로 돌아가자 봉화수는 비호를 불러 다시 이 일을 상의했다.

“비호야, 너는 동몽회원 두엇과 여기 남아 있다가 청풍도가에서 올라오고 있는 놈들 동태를 좀 살펴 보거라. 그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 여하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그놈들과 부딪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명심하거라!”

봉화수가 비호에게 단단히 일러두고는 다른 일행들과 먼저 영월로 출발을 재촉했다. 봉화수가 영춘에 도착해 심봉수 객주를 만나 그간 북진여각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전하고 영춘에서 해야 할일을 말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영월 맏밭 성두봉 객주에게로 향했다.

“성 객주님, 이번 일은 무엇보다도 객주님의 역할이 몹시 중합니다. 그리고 이 일의 성패에 따라 앞으로 우리 여각의 앞길에도 중차대한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일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어야 합니다!”

“그야 여부가 있겠는가. 그런데 여각에서는 어떤 일이 상론되었고, 우리 영월 임방에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성두봉 객주가 그동안 북진여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봉화수에게 물었다.

“그동안 충주상전의 우갑노인과 대행수께서 청풍도가 김주태에게 미끼를 던져 놓았습니다. 지금 김주태는 그 미끼를 덥석 물었습니다!”

봉화수가 그동안 북진여각 최풍원 대행수와 우갑노인, 상전객주들이 모여 상론을 벌이고 청풍도가 김주태를 쓰러뜨리기 위해 어떤 작업을 했는지 상세하게 전했다. 이제 김주태에게 남은 희망은 영월 뗏목꾼들 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주태는 그 뗏꾼들을 이용해 목상들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막대한 거금을 챙길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문제도 한방에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뭐를 하면 되는 것인가?”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은 김주태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것을 산산조각 내는 작업을 해야지요. 지금 청풍도가에서 수십 명의 무뢰배들이 영월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호와 몇몇 아이들을 시켜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라고 일러두고 여기로 먼저 올라왔습니다. 이제 우리도 슬슬 일을 시작해야지요.”

봉화수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청풍도가에서 무뢰배들 수십을 여기로 올려 보냈다면 우리도 여각에 빨리 기별을 띄워 동몽회원들 수십을 올려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놈들이 힘으로 몰아붙인다면 우리 그만한 힘이 없으니 꼼짝없이 당할 것 아닌가?”

성두봉 객주가 청풍도가에서 보낸 수십 명의 무뢰배가 영월로 올라오고 있다는 말에 심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객주님, 그건 그리 급한 일이 아니고 우선 먼저 도도고지산 막골에 있는 도사공과 연락은 계속 취하고 있겠지요?”

“며칠 전에도 호상이가 막골로 가 상두를 만나고 돌아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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