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김주태가 그리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주태는 엽전 다발이 자루 째 굴러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서강 주천 뗏목장에 쌓여있다는 오만 주의 통나무 중 반이 자신의 수중으로 들어올 판이었다. 들어올 판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삼키기만 하면 끝이었다. 그런 판에 시골구석에서 나오는 시답잖은 곡물 자루 따위가 눈에 보일 리 만무했다. 동강 도도고지산에 가둬놓은 뗏꾼들을 끌고 내려와 서강 주천으로 보내 떼를 한양으로 몰고 가기만 하면 그깟 곡물쯤은 당장 수천 석이라도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북진여각에서 장난질을 쳐 곡물을 도거리한다 해도 그건 젖비린내 나는 일이었다. 김주태는 북진여각에서 벌이고 있는 일에 코웃음을 쳤다. 최풍원 제깟 놈이 아무리 장사 수완이 좋다 해도 종복 노릇을 하던 놈이었다. 그런 놈이 어쩌다 운대가 맞아 돈을 좀 벌었다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처럼 큰 장사를 할 그릇은 되지 못했다. 곡물자루나 가지고 장난질이나 치는 그런 정도의 조무래기 시골 장사꾼일 뿐이라고 김주태는 최풍원을 단정했다. 김주태는 좁쌀 골천번 굴러봐야 호박 한 번 구르니만 못하다며 최풍원이 하는 좀스런 장사를 비웃었다. 이제 곧 일이 마무리되면 한양에 올라가야하는 공물이나 청풍관아에 채워놓아야 하는 환곡도 한방에 해결 될 일이었다. 그동안 마음고생 몸 고생이 오늘 같은 횡재수가 생기려고 그랬는가보라며 김주태는 한껏 들떠 있었다. 청풍도가에서 그러고 있을 때 북진여각 최풍원도 이제 마지막으로 김주태의 목을 조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화수야, 이번 일은 네가 영월로 올라가 직접 마무리 하거라!”

최풍원이 봉화수에게 명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일전에 우갑 어른과 상론한대로 잘 진행되고 있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어르신!”

봉화수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한 치도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 그리고 비호를 데리고 가거라.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연락을 해라. 여기서도 김주태 동태를 살펴 즉시 알려주도록 하겠다! 팔규와 아이들을 청풍도가 언저리에 풀어 동태를 살피고 있으니 곧 뭔가 연락이 올게다.”

워낙에 중차대한 일이라 최풍원도 걱정이 많아 봉화수에게 이르는 말이 많아졌다.

“어르신,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내일 일찍 떠나겠느냐?”

“그리 하겠습니다요!”

이튿날 봉화수가 비호를 데리고 영월로 떠나고 북진여각에서도 이번 일을 도모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청풍도가 김주태를 이번 기회에 고랑탱이로 처박아야 했다. 이미 계획들은 세워졌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걱정할 일이 없었다. 아무리 계획을 촘촘하게 세웠다 하더라도 한 곳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만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게 세상사였다. 그러니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세밀하게 챙겨야 탈이 없었다. 청풍읍으로 도가 염탐을 나갔던 녀석들로부터도 북진여각으로 시시각각 수집한 소식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대행수님, 청풍도가에서 한무리가 영월로 갔습니다!”

청풍도가 염탐을 나갔던 장팔규가 북진여각으로 돌아와 고했다.

“김주태가 갔더냐?”

“김주태 수하인 조병삼이란 자가 일행들을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수가 수십 인이 족히 넘었습니다요!”

장팔규가 전하는 말을 들으며 최풍원은 또 다른 걱정이 생겨났다. 청풍도가에서 영월로 한 무리를 보낸 것은 지금 가둬놓고 있는 뗏꾼들을 어찌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우갑노인과의 약속을 이행하려면 도도고지산 막골에 있는 뗏꾼들을 데리고 내려와 영월을 거쳐 서강 주천으로 가야했다. 거리가 먼 것은 아니었지만 만일의 경우 이탈자라도 생겨난다면 지금 막골에 있는 무뢰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두 사람 이탈자가 생겨나고 만약 집단으로 일을 거부하기라도 하면  돈자루고 뭐고 모든 일이 허사였다. 허사가 될 뿐 아니라 일이 틀어지면 막대한 벌금까지 물어내야 할 처지였다. 이번 일의 성사 여부는 청풍도가의 존립 자체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었다. 그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무뢰배들을 보강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북진여각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이번 일은 청풍도가나 북진여각 서로에게 매우 중대한 일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는가에 따라 치명타가 될 수도 앞으로 청풍 관내에서 상권을 잡는데 날개를 다는 일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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