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러면서도 김주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뗏꾼들을 이용해 목상들을 자신의 뜻대로 부릴 꼼수가 맞아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소?”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김주태는 기분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모든 게 음양이 맞아야 순조롭게 돌아가는 법인데 한쪽이 막혔으니 온전할 리 있겠소이까? 더구나 우리 상전은 목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전전긍긍하고 있소이다!”

우갑 노인이 부러 죽는 소리를 했다.

“그러게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니 탈이 나는 법이지!”

김주태가 사돈 남 말 하듯 했다.

“듣자하니 청풍도가에서 이번에 대궐의 큰 공사를 맡았던데, 뭔 방법이 없겠소이까?”

“큰 공사랄 것까지야 뭐 있겠소? 그저 목재를 좀 집어넣기로 했지요.”

우갑 노인이 사정을 하자 김주태가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우리 상전 나무도 어떻게 처분 좀 할 수 있을까요?”

“처분이야 뭐 어렵겠소? 조건이 문제지!”

김주태가 드디어 미끼를 물었다.

“흥정이야 해서 적당한 선에서 서로 타협하면 될 일 아니겠소이까?”

“못 팔고 쌓여있는 나무가 얼마나 되오?”

김주태는 못 팔고 있는 나무에다 힘을 주고 말했다. 그건 김주태가 의도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궁궐떼, 부동떼 합쳐 족히 오만 주는 족히 될 것이오.”

“오만 주?”

“그렇소이다.”

뗏목장에 쌓여있는 나무가 오만주가 된다는 말에 김주태는 깜짝 놀랐다. 오만 주라면 대단한 양이었다. 한해 남한강 연안에서 벌채되는 나무를 모두 합해도 오만 주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상전 한 곳에서 가지고 있는 나무 양이 오만 주라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궁궐떼고 부동떼고 가릴 것도 없이 오만 주라고 하면 돈으로 환산해도 엄청난 액수였다. 김주태도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우갑 노인이 김주태의 표정을 살피며 대수롭지도 않다는 투로 말했다. 김주태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래 지금 그게 어디에 쌓여 있소?”

“주천이오.”

“서강 주천 말이오?”

“그렇소이다.”

“어허, 주천이라?”

“왜 그러시오?”

“서강 주천이라면…….”

김주태가 말끝을 흐리며 고민하는 척 했다.

김주태는 잔머리를 굴렸다. 서강이라면 동강의 반대쪽이지만 거리는 지척이었다. 어차피 서강의 뗏목도 영월 맡밭 인근에서 동강의 골안 뗏목과 만나 남한강을 따라 한양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뗏목꾼들만 잘 조정해서 운용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더구나 지금 자신을 찾아온 우갑이란 자는 산더미처럼 나무를 쌓아놓고도 뗏꾼이 없어 낭패에 빠져 있었다. 이 자를 잘만 요리하면 막대한 이득을 남길 수 있겠단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미 우갑을 이용해 곡물 값을 세 배나 더 받았으니 나무 값을 흥정하는 것도 그리 힘들겠단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우리 상전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 이미 곡물도 도움을 줬으니, 우리 나무도 어떻게 좀 선처 해주심이…….”

우갑 노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김주태에게 사정했다.

“글쎄올시다. 흥정이 문제 아니겠소?”

“떼를 한양으로 옮겨만 준다면 그 공가는 내가 선돈으로 주겠소이다!”

우갑 노인이 청풍도가 마당에서 돈자루를 지고 있는 동몽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가를 받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그것 말고 내 수중으로도 들어오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당연한 말씀이오! 나도 장사하는 사람인데 그걸 어찌 모르겠소이까.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것도 없이 뭣 때문에 맨 입을 놀리겠소이까? 구전은 흡족하게 선돈으로 바로 드리겠소이다!”

“내가 그깟 구전 몇 푼 받으려고 이러는 것이겠소?”

“그럼 뭐를 더 원하는 것이오?”

“공가는 받지 않고 당신네 나무를 내가 책임지고 몽땅 한양으로 옮겨줄 테니, 대신 그 목재의 반을 내 몫으로 해주시오!”

김주태가 속셈을 드러냈다.

“목재의 반이라구요?”

우갑 노인이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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