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인사(人事)란 조직에 필요한 사람을 뽑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는 일이다. 가장 합리적인 인사라고 하면 올바른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이는 성품과 행실과 재능이 타당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옛날에 왕들은 과연 어떻게 인사를 실행했을까? 특히 실질적인 권력인 군대를 통솔하는 장수나 형벌을 관장하는 신하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을까? 이전에 왕들이 신하를 뽑은 사례를 체계화하여 그것을 인사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를 접식(接識)이라 한다. 왕들은 바로 접식의 사례를 통해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고 사람을 등용했다. 

삼국시대에 조조에 대항하던 유비는 인사의 기준으로 용맹을 우선하였고 지략을 그 다음으로 여겼다. 전략 요충지인 한중 지역의 태수를 발탁할 때 모두들 장비가 맡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유비는 뜻밖에도 위연을 발탁했다. 당시 무명 장수였던 위연이 지명되었으니 뒷말이 무성했다. 그러자 유비가 위연을 불러 물었다.

“그대는 한중 태수의 중임을 어떻게 해낼 작정이오?”

위연이 대답했다.

“조조가 천하의 모든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해도 격파할 것이고, 조조의 휘하 장수가 수십 만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해도 섬멸할 것입니다.”

위연의 이 기백 넘치는 답변에 조정 신하들은 더 이상 뒷말을 하지 않았다. 과연 얼마 후 위연은 승리를 거듭하였고, 제갈량의 북벌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승상인 제갈량의 인사 기준은 유비와 달랐다. 사적인 이익을 멀리하는 덕망을 우선하였고 용맹을 그 다음으로 여겼다. 또한 문사를 존중하고 무사를 아래로 여겼다. 그러다보니 등용한 자들이 대부분 충성심 높은 청렴한 선비들이었다. 작은 촉나라가 거대 강국 위나라에 반세기가 넘도록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갈량의 이런 인사원칙 때문이었다.

 그런데 위연의 등장으로 제갈량은 고민에 빠졌다. 제갈량은 신중한 사람이었고 위연은 모험적인 사람이었다. 이 둘은 성격이 맞지 않았다. 위연이 북벌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조조의 부장 하우연이 장안의 수비를 맡게 되자 위연이 아뢰었다.

“승상, 하우연은 무능한 자라 당장 쳐들어가면 장안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책을 상세히 내놓았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무 위험한 공격이라는 이유였다. 그러자 위연은 제갈량을 겁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후로 위연은 제갈량의 전략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위연은 한탄하였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더 이상 능력을 펼치지 못하니 하늘이 원망스럽다!”

제갈량은 위연의 용맹함은 인정했으나 그 성품이 바르지 못한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유비의 촉나라가 위연으로 인해 멸망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인사불상(人事不祥)이란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못난 행동이란 뜻이다. 최악의 인사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아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쓰는 자와 자신의 측근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쓰는 자와 자신의 부귀를 위해 권력을 쓰는 자이다. 이런 자들이 바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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