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좋소! 그렇게 합시다!”

“정……정말이우!”

김주태는 이 황당한 거래가 성사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단, 청풍도가에 있는 다른 물산도 함께 넘겨주는 조건이오. 그것도 후하게 금을 쳐드리리다!”

“좋소! 좋소!”

김주태는 이미 판단력을 잃고 있었다. 청풍관아에 채워 넣어야 할 공물이란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눈앞에 떨어진 이득금 생각에만 빠져 뭐든지 허락했다.

“고맙소이다! 청풍도가 덕분에 우리 상전이 살았소이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으리다. 그런데…….”

우갑 노인이 김주태에게 온갖 사탕발림으로 고마움을 표하더니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뭣 때문에 그러하시오?”

김주태가 찰싹 달라붙으며 물었다.

“이것 참, 초면부터 무리한 부탁이 아닌가 싶어서…….”

우갑 노인이 다시 말끝을 흐리며 어색한 몸짓을 보였다.

“초면 구면이 뭔 상관이요? 구면도 첨에는 다 초면 아니오? 그러니 어서 말해 보시오!”

“어허! 우리 상전 사정이 하 급하니 초면이지만 내 염치 불구하고 부탁 좀 하리다.”

“뭔데 그러시오? 빨리 말해 보시오!”

우갑 노인이 뜸을 들이는 만큼 김주태는 몸이 바짝바짝 달았다.

“실은 우리 상전에서 작년에 벌목장에 손을 댔소이다. 그런데 아주 낭패를 봤소이다.”

우갑 노인이 깊은 한숨까지 내쉬며 낙심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그리하셨소?”

“돈이 화를 만들었다오!”

“돈이 화를 만들다니요?”

“작년에 우리 상전에서 대궐로 들어가는 세곡 운송권을 따냈다오. 그래서 엄청 큰 돈을 벌었소이다. 그런데 그게 화에 뿌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소이까?”

“엄청 큰돈을 벌었는데 북치고 창구 칠 일이지 어째 화가 되었단 말이오?”

“생각을 해보시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탈이 없는 법 아니오? 그런데 욕심을 내고 갈잎을 먹었으니 사단이 생기지 않겠소?”

“무슨 사단이오?”

“우리 상전은 이제껏 곡물을 장사해왔는데, 남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이걸로 뭘 할까 고민하다 누가 대궐에서 큰 공사가 벌어지는데 지금 나무를 준비해놓으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산판에 돈을 쏟아 부었다가 그리 된 것이오!”

“목상을 한 것이 아니라 산판을 직접 벌였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산판을 벌여 벌채를 했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갔을 텐데, 그걸 그쪽 상전에서 단독으로 했단 말이오?”

김주태는 돈을 좀 만지는 장사꾼인가보다 짐작은 했지만 벌목을 직접 했다는 우갑 노인의 말에 속으로 심히 놀라고 있었다.

“그 정도야 그다지 대수로운 일도 아니지요.”

우갑 노인이 김주태의 속내를 알아채고 그까짓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럼 뭐가 문제란 말이오?”

“지난해 가을부터 벌채를 해 해동이 되는 봄에도 떼를 보내지 않았소이다. 대궐에서 큰 공사가 벌어지면 목재가 딸릴 것은 뻔한 일이고, 그리되면 한양에서도 목재 금이 마구 뛸 것이 아니겠소이까. 그 때 팔면 곱절은 받을 수 있겠단 생각에 꼭꼭 쟁여두었는데 얼마 전 동티가 났지 뭡니까?”

“무슨 동티요?”

“진설 다 차리고 제사 모시려니 신주가 빠졌다더니…….”

김주태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속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우갑 노인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딴소리만 했다.

“뭔 일이 생겼다는 거요?”

김주태가 참지 못하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뗏꾼을 구할 수 없소이다!”

“뗏꾼?”

“그렇소이다. 뗏목장에 목재는 산처럼 부려놨는데 그걸 옮길 뗏꾼이 없으니 색시 없이 장가가는 꼴이나 그게 그거지 뭐겠소이까?”

우갑 노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의 일에 가타부타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것 참 그렇소이다. 과거 보러가는 선비가 지필묵 빼놓고 괴나리봇짐 싸는 거나 한가지구먼!”

김주태가 짐짓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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