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요구안 제시…노동계 “1만원” vs 경영계 “8410원”


“최저임금, 노동자 생명줄” vs “기업 굉장한 고통” 대립

공익위원들, 노사 요구안 모두 지적…수정안 제출 요구

[충청매일 제휴/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1일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올해(8천590원)보다 16.4% 인상한 1만원을, 경영계는 2.1% 삭감한 8천410원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요구안을 제출했다. 이 자리에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앞서 최저임금위는 지난 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아 일정을 미뤘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이날까지 최초 요구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노동계 단일 요구안은 16.4% 인상한 시간당 1만원이다.

노동계 단일안 제출에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달 19일 제시한 25.4%(1만770원)보다 8.93% 줄어든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민 눈높이”를 들며 1만원 이하를 예고했다.

경영계 단일 요구안은 2.1% 삭감한 8천410원이다. 지난해 심의 당시 최초 요구안으로 4.2% 인하를 제시한 데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 인상안을 제출했다. 다만 인하폭은 다소 줄었다.

노사의 이 같은 입장은 요구안 제출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예고됐다.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무방비 노출된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근로자위원 대표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취지와 목적을 포함할 수 있는 단일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와 국제 금융위기 하에서도 최저임금은 최소 2% 후반대 인상률로 경정됐다”며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기업 임금 인상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이 이보다 낮게 인상될 경우 이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오늘 사용자위원 최초 요구안이 부디 삭감이나 동결이 아닌 인상안으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의 고용상황 악화를 들며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를 예고했다.

사용자위원 대표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돼서 소상공인이나 중소 영세 사업장이 굉장히 고통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특히 “최근 경영계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 동결이나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반영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확실한 안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중소기업을 살리고 근로자의 일자리도 지킬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인상 자제론을 재차 펼쳤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에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익위원은 “노동계가 1만원 요구안을 낼지 몰랐다”고 했고 또다른 공익위원도 “경영계의 삭감안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박준식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되 양측 모두 서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1차 수정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제5차 회의는 7일 열린다.

양대노총 근로자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의 삭감안 제출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향후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맞는 자세로 논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사가 최저임금 심의의 핵심인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올해도 치열한 샅바 싸움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제시한 요구안을 토대로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다. 이의신청 등 행정절차(약 20일)를 감안할 때 이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지난달 11일 첫 회의를 연 최저임금위는 2차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기존 방식대로 시급으로 표기하되 월 환산액을 병기하기로 표결 없이 합의했다.

3차 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찬성 11명, 반대 14명, 기권 2명으로 안건이 부결돼 기존 방식대로 모든 업종에 대해 같은 금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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