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더불어민주당이 1일 21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국회법’을 7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이 법안에 체계·자구심사권을 통해 사실상 ‘상원’으로 군림해왔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권능을 약화시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21대 국회가 개회되자마자 반쪽짜리 국회로 전락한 것은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데서 비롯됐다. 결국 176석의 거함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여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자 미래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내주는 전략으로 맞섰다. 차라리 여당에 상임위원장 모두를 줘 ‘1당 독재’ 프레임을 씌우고, 나중에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0년이 넘도록 이어져온 여야의 상임위원장 배분 관행을 깨트려가면서까지 법사위원장에 이토록 목을 맨 이유는 충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이다.

체계·자구 심사권은 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관련 법과 충돌하지는 않는지(체계)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자구) 심사하는 기능이다. 이 과정에서 법안의 본질적 내용이 바뀌기도 하고, 법사위원장이 체계·자구 심사를 핑계로 법안을 뭉개 폐기되기도 했다. 사실상 상임위의 ‘옥상옥’ 권한을 갖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정부·여당 견제를 위한 파수꾼으로 이만한 자리가 없다. 여당 역시 야당이 법사위를 지렛대 삼아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양보하지 않고 있다.

여야가 합의 원 구성에 실패하면서 국회는 현재 절름발이 상태다. 통합당은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항의해 전원 사임계를 제출한 채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단독 상임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안을 불과 몇 시간만에 대부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거나 오히려 증액했다. 35조원에서 38조원으로 늘어난 '초(超)슈퍼 추경안'는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졸속 추경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하지 않은 야당의 국정 방조도 여당의 독주 못지않게 비판 받을 소지가 크다.

작금의 시국은 국회가 방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함께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도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회도 추경 외에 새 통일부장과 후보자 청문회,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공수처 후속법안 처리 등 시급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법사위 ‘갑질’은 국회 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늦었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폐지하고 해당 기능을 국회의장 산하의 별도 기구가 전담하도록 하는 국회법을 준비했다. 이번 기회에 통합당은 상임위에 복귀해 적극 협상에 임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는 협치 복원의 끈을 놓지 말고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는 식물국회를 종지부 찍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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