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나는 환경운동의 싸움꾼이었다. 2013년 ‘충북지역 환경갈등의 경향과 특성’이라는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십여 년 간의 충북지역 환경이슈와 갈등사안들에 대해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놀라웠던 사실은 그 이슈들 중 80%는 내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사안들이었다. 말 그대로 갈등유발자였던 셈이다. 분석을 통해 환경운동의 전반적인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후대응에서 사전예방으로, 개별적 현안대응활동에서 포괄적 정책개선활동으로, 갈등에서 협치로 변화되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의 주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비판과 견제’ 역할 뿐 아니라 ‘협력과 견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고민은 2004년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 보전활동의 경험을 통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그 치열했던 원흥이운동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도 얻지 않고 거룩하게 전사할 것인가, 분을 삭이면서 일보라도 전진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절박한 쪽은 판을 깨지는 않는 법이다.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고육지책으로 세 번의 양보안을 냈다. 대신 지역사회의 압도적 호응을 획득했으며 결국 상생의 타결방안을 도출하였다. 스스로 양보하고 때로는 상대의 출구까지 배려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결국 흐름을 주도하고 소중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 교훈은 2010년 전후 녹색청주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 개편과 녹색수도만들기 민관협력활동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2013년 청주충북환경연합 전·현직 대표단이 모여 비영리법인 설립을 결의했고, 이듬해 풀꿈환경재단이 만들어졌다. 미션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관·산·학 협력적 환경운동을 활성화하는 것, 또 하나는 다른 기관·단체들의 환경운동을 돕는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지난 6년 그런 일에 집중하였다. 특히 청주를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로 만들기 위한 협력활동은 주동적이며 전방위적으로 펼쳐왔다. 청주시 정책자문단에 결합해 미세먼지 종합대책, 공원일몰제 거버넌스, 자원순환시스템 구축, 거버넌스 활성화 등 굵직한 환경정책을 공약사업에 포함시키는데 일조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담부서 신설, 종합대책 수립, 민·관·학 협의회 구성을 제안했고, 실천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600인 원탁회의’를 개최하였다. 공원일몰제로 인한 갈등 상황을 완충시켜 보고자 시정혁신로드맵 수립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민선 7기 청주시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났다.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각종 시정현안과 갈등사안을 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는 점을 존중한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매긴 점수는 높지 않은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행정 중심적 시정 운영의 한계이다. 더욱이 정책 방향과 행정 업무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시장이 쓰레기 줄이기를 강조해도 해당 부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수년에 걸쳐 구축해 온 시민실천네트워크가 한순간 해체되고, 시민참여 협력사업 예산이 통으로 삭감돼도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다. 많은 도시가 탄소중립을 시도하지만 요원한 일로 여겨진다. 소통과 협력은 대상과 목적이 중요하다. 비판적이지만 공익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넓혀야 한다. 그 결과는 시민들의 시정 참여로 귀결될 것이다. 목적은 지속가능한 도시, 상생의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시민 1천명이 참여하는 수평적 협의체를 구성해 보자. 코로나19 이후 청주를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 그린뉴딜 시대에 무엇을 쥐고 무엇을 놓을 것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소통과 협력이 있어야 함께 웃는 청주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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