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21대 국회의 18석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갖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야당 몫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가면서 그동안 파국이 이어졌다. 177석의 의원이 포진한 거대 여당의 힘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발끈했다. 용납할 수 없다며 국회 운영을 거부하고 나섰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런 민주당에 강한 불만의 항의로 맞섰다. 김종인 대표에게 책임을 지고 통합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힌 뒤 잠적해 버렸다.

연락을 끊고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의 잠행에 들어간 주 원내대표는 오직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며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국회를 떠나 열흘 만인 지난 25일 국회로 복귀했다.

28일과 29일 이틀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첫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았으나, 법사위원장직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무산됐다. 결국 민주당은 단독으로 2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한 국회의 11석 상임위원장을 결정했다. 앞으로 국회 운영은 점점 더 수렁에 빠져 순탄치 않을 조짐이다.

지난 20대 국회 4년 동안 전체 법안 2만4천여 건 가운데 겨우 8천750여건(34%)을 처리해 나머지 1만5천254건(64%)의 각종 민생법인이 지난 5월 29일 자동 폐기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20대나 21대 역시 변하게 없어 한심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다는 항간의 중론처럼 거대 여당이 양보의 미덕을 갖춘 행동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국민들이 믿고 맡겨 준 177석을 가진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18석을 모두 갖는다면 그 역할에 대해 국민적 부담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여·야 국회의원은 지역민을 대표하는 대변인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지역의 대표에 앞서 모든 국민에게 신뢰와 표상이 되는 모범적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사자성어의 의미를 짚어본다.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원수지간이다. 그런데 두 나라 사람은 살기 위해 같은 배를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 원수지만 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상호 협력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대구시가 오월동주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야 국회가 자리싸움을 벌이는 데 반해 대구시는 여·야의 정파를 넘어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천지 발 코로나19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시였다. 이런 어려움을 겪은 미래통합당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번에 여·야의 울타리를 넘어 대구의 발전과 시민들을 위해 정당에 앞서 시민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재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의 홍의락 전 의원에게 경제부시장 자리를 제안해 협치에 불을 당겼다. 갑작스럽게 권 시장의 경제부시장직 제안을 받은 홍 전 의원은 고심 끝에 정파를 떠나 대구시 발전과 시민들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말 못할 사정도 있겠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지자체장의 모습이라 하겠다. 이를 수락한 홍 전 국회의원 역시 대구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의지의 의원으로 비쳐진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대구시의 정파를 초월한 협치를 본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면 현재의 어려운 난국을 풀어가는 결자해지의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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