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당나라 때 이야기이다. 장안에 사는 위고라는 젊은 선비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송성 지역으로 길을 나섰다. 이는 송성의 지인이 어여쁜 낭자를 소개해주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위고는 여러 번 선을 보았으나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필코 배필을 만나고자 고대하였다.

드디어 저녁 무렵에 약속한 장소인 송성 용흥사에 도착하였다. 일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절 마당을 잠시 걷고 있었다. 그런데 한 노인이 달빛 아래에서 열심히 책을 뒤적이며 무슨 표시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위고는 뒤에서 슬며시 쳐다보았으나 책에 적인 글자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궁금한 참에 위고가 물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무슨 책을 그리도 열심히 들여다보시는 겁니까?”

그러자 노인이 책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지금 혼인할 남녀를 표시하는 중이라네.”

그 말에 위고의 눈이 커지고 귀가 번쩍 뜨였다.

“마침 제가 이곳에서 선을 볼 예정입니다. 오늘 제가 배필을 만나겠습니까?”

노인이 고개를 돌려 위고를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자네 아내는 이제 세 살이라네. 열일곱 살이 되어야 자네에게 시집올 걸세.”

이 말에 위고는 크게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노인이 이어 대답했다.

“이 붉은 실로 장차 부부가 될 남녀를 묶어두기만 하면 설령 두 사람이 신분이 차이나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심지어 집안이 원수라고 하더라도 결국 부부가 된다네. 자네는 이미 그 세 살짜리와 실을 묶어두었으니 다른 사람을 아무리 찾아도 소용이 없다네.”

위고가 궁금하여 다시 물었다.

“그럼 제 배필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송산 시장 채소장수 딸이라네. 보고 싶으면 나를 따라오게.”

위고가 노인을 따라 나섰다. 시장 한 모퉁이에 허름한 차림에 한쪽 눈이 먼 부인이 어린 아이를 안고 채소를 팔고 있었다.

“저 아이가 장차 자네 아내라네.”

아이를 본 위고는 너무 기가 막혔다. 그리고 14년이 흘렀다. 위고는 상주 태수의 딸과 결혼을 하였다. 그런데 첫날밤에 아내가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본래 채소장수의 딸입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작은 아버지가 태수가 되어 그 양딸로 입양된 것입니다.”

위고는 속으로 크게 놀라 부부의 인연이 하늘의 뜻임을 그때 깨달았다.

월하노인(月下老人)이란 인연을 맺어 주는 중매쟁이를 말한다. 인연은 처음에는 좋다가도 살다보면 나쁘고 고통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협심하여 이겨내면 행복한 인연으로 다시 바뀔 것이고, 끝까지 불평하면 나쁜 인연으로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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