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잘 생각을 해보게. 김주태가 한양 탄호 대감에게 궁궐에 들어갈 목재 공납권을 따낼 때 약채만 썼겠는가? 무슨 일이 있어도 대궐 공사하는데 차질 없이 목재 수급을 하겠다고 단단히 약조를 했지 않겠는가?”

“그야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김주태가 이것저것 생각하지 못하게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하게 만들어줘야지 않겠는가?”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요?”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최풍원을 이해할 수 없어 봉화수가 물었다.

“만약 우리가 훼방을 놔 목상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면 김주태는 여러 다양한 다른 방법들을 강구할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곧바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면 안 되지!”

“그런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신지?”

“일이 일사천리로 진척되어 다른 방법을 강구하거나 다른 생각을 못 하도록 만들어야지. 문제가 터졌을 때 전혀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도록 만들어야지!”

최풍원의 이야기 골자는 이런 것이었다. 청풍도가 김주태는 지금 자기 뜻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한양 탄호대감에게 약채를 써 목재수급권을 따내고, 영월 동강 뗏목꾼들을 몽땅 가둬놓고 있으니 목상들이 뗏목을 옮기고 싶어도 자신의 명령이 없이는 나무 한그루 물에 띄울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목상들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었다. 김주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도록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 최풍원의 의도였다.

“어르신, 김주태를 안심시켜놓고 뒷통수를 치자는 말씀이시지요?”

“그렇다네. 오히려 우리 여각에서는 목상들을 부추겨 목상들이 청풍도가로 똥파리 떼 모여들 듯 만들어야 하네. 그럼 김주태 놈은 천지분간 못하고 지 놈이 일을 잘 만들어 그리된 줄 알고 기고만장하겠지.”

“그 다음엔 어떻게 할 요량이신지요?”

“그럴 때 우리 여각에서도 목상을 하나 청풍도가로 밀어 넣어야지.”

“우리 쪽에서도요?”

“그래.”

“왜요?”

“이번엔 김주태에게 단단히 올가미를 씌워야지!”

“우리는 영월 동강 뗏꾼들만 조종해도 얼마든지 김주태 목을 죌 수 있는데 뭣 때문에 목상까지 밀어 넣는단 말입니까요?”

“치밀한 사냥꾼은 덫을 하나만 놓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도록 여러 개를 겹쳐 놓는 법이지.”

“김주태를 어떻게 잡으실 요량이신지요?”

“김주태는 절대로 전면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속셈이지. 그러니까 동강 뗏목들을 매수할 때처럼 처음에는 직접 나타나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그 다음부터는 수하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저는 뒤에서 조정만 할 것이다. 목상들을 끌어들일 때도 마찬가지로 그리 할 것이다. 처음에는 목상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얼굴을 드러내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지 수하들을 내세워 모든 일을 처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궐에 나무를 넣는 일은 지가 직접 할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탄호 대감이 있고 그와 직접 약조를 한 일이니 수하를 대신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십분 이용할 것이다. 제 꾀에 제 놈이 넘어가는 꼴이 될 것이다!”

“어르신 그럼 우리는 무슨 일부터 해야 하지요?”

봉화수가 최풍원에게 물었다.

“팔규 이야기를 들어보니 벌써부터 청풍도가로 목상들이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는 구나. 우선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가 청풍도가에서 목상들을 확보하고 나면 적당한 기회에 우리 쪽 목상을 투입할 것이다. 그리고 김주태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의 조건을 제시하고 뗏목 수급권을 따낼 것이다. 너희들은 영춘 심 객주와 영월 성 객주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동강 뗏목꾼들을 완전무결하게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번 일은 그 일이 관건이다. 그만큼 너희들 할 일이 중차대하다.”

대행수 최풍원이 큰 얼개의 계획을 말했지만 봉화수나 강수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선명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풍원이 어떻게 청풍도가 김주태를 잡으려하는지 그 의도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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