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매년 여러 국가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하여 세계적으로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는 위험 요소를 선정하여 발표한다. 올해 1월에 발표한 ‘2020년 세계 위험보고서’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인 5가지는 모두 환경과 관련된 것이다. 기상이변, 기후변화 대응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재난이 그것이다.

코로나19도 이러한 환경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박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코로나19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발생하게 되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단독이든 집단이든 일개 개체나 무리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이 영역들은 완전하게 독립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겹치지도 않는다. 약간은 영역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던 것이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고 파괴하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동식물들의 서식처를 마구 침범하고 훼손시켰다. 정확히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존재인데, 마치 자연을 지배하는 통치자처럼 모든 영역의 경계를 허물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자연을 파괴해 놓고는 도시라는 커다란 시멘트 공간에 모두 모여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두 가지 큰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첫째, 자연으로부터 얻었던 면역력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홀로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상호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으며 생존해 왔다. 우리에게 친숙한 강아지나 소, 돼지, 닭 뿐만 아니라 무섭고 꺼림직한 거미, 뱀, 벌, 땅속의 두더지 등과도 간접적이지만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게 동물, 식물, 미생물 등과의 관계속에서 인간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면역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면역력이 도시라는 닫혀진 공간에 살면서 약해지게 된 것이다. 위생과 청결이라는 이유로 자연과의 접촉을 멀리했기 때문에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태면역력을 잃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평소에는 도시라는 폐쇄적이고 독립된 공간에 살던 인간이 어떤 상황으로 인하여 낯선 자연과 맞닥뜨리게 될 경우, 인간에게는 면역이 없는 전염병에 더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이러한 사례이다. 나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던 어떤 사람이 미지의 숲속에 들어갔다가 걸리게 된 전염병은 몇 단계만 거치면 지구 반대편에 살고있는 나에게까지 전달된다. 이러한 간접적 전달은 도시에 모여 살면서 훨씬 더 빠르고 쉽게 도달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도시에 모여 사는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함으로써 발생하는 이 두 가지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사태에 매우 취약한 삶의 방식이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도시 공간과 생활은 사실 매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편리하지만 위험한 공간에 살 것인가, 불편하지만 안전한 공간에서 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합리적이라면 안전을 선택할 것 같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는 편리함이라는 가면을 쓴 자본의 욕망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다시 균형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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