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동강 뗏꾼들은 왜 여기 막골까지 끌고 와 가둬놓은 것이오?”

강수가 물었다.

“인재, 목재로 쓸 뗏목을 옮길라문 여러 목상들이 올라와 뗏꾼들을 수소문할 거 아니래유. 그런데 이미 뗏꾼들이 다 맞춰져 있는 걸 알게 되면 워쩌겠어유. 당장 뗏목은 내려가야 하는데 웃돈을 질러주면서까지 갈 수밖에 더 있겠어유. 세상에 돈 싫어하는 놈이 워디 있어유. 아무리 선돈을 받고 약조를 했어두 더 준다는 곳으로 따라가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드래유. 그러면 청풍도가는 목상들과 흥정을 할 수 없을 테니 도루묵이 되는 거 아니겠드래유. 그러니까 뗏목꾼들이 목상들을 만나지 못하게 할라구 그런 거지유. 그래야 청풍도가에서 자기들 맘대로 목상들에게 공가를 왕창 씌울 거 아니겠드래유?”

“그러니까 뗏꾼들을 이용해 목상들과 흥정해 폭리를 취하겠단 속셈이구만. 그런데 그래봐야 공가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받아봐야 얼마나 더 받겠냐. 그래봐야 그게 얼마나 되겠느냐. 청풍도가에서 그깟 돈을 벌라구 이 난리를 친단 말이냐. 뭐가 좀 이상하지 않냐?”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 연거푸 물어댔다.

“실은 성님, 이 얘기는 안 할라구 그랬는데…….”

남출이가 상두 눈치를 살피며 말꼬리를 흐렸다.

“냉큼 해 봐!”

“실은…… 청풍도가에서 뗏꾼들을 팔아먹을 생각이래유.”

“어떻게 사람을 팔아먹는단 말이냐?”

“그놈들 하는 말이 뗏꾼들을 목상들에게 넘기고 일 년치 공가에다 웃돈 서너 배를 붙여 팔 거리고 그러드라구유. 그리고 그 일이 끝날 때까지는 여기 막골에 가둬두고 절대로 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감시를 해야 한다구유.”

“남출이 아제, 그리되면 어떻게 되는거래유?”

길잡이 호상이가 물었다.

“뭘 어떻게 돼. 뗏꾼들 공가는 청풍도가에서 몽땅 먹고, 뗏꾼들은 한 해 동안 받는 것도 없이 일만 하게 되는 거지.”

“그럼, 선돈 닷 냥씩 주고 나중에 또 더 준다는 거는 뭐래유?”

“그거야 미끼지! 여기 지금 움막에 있는 도가놈들도 혹여 그게 뗏꾼들에게 알려지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폭동이라도 들고 일어나면 몰매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고 있어유.”

“에라, 주릴 틀 놈아! 니 놈은 그걸 다 알고도 이런 짓을 했단 말이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를 질타했다.

결국 청풍도가에서는 동강 골안 뗏목꾼들을 볼모로 목상들을 다급하게 만들어 뗏꾼들의 공가는 물론 웃돈가지 얹어 팔아넘기고 돈만 챙기겠다는 수작이었다. 뗏꾼들이나 그 가솔들은 죽거나말거나 제 욕심만 차리면 그만이었다.

“내려가서도 당신은 여기서 있었던 얘기를 아무한테도 하면 안 되오! 만약 입을 열었다가는 우리가 당신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오! 당신은 내려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느 때처럼 지내시오.”

강수가 남출이를 겁박하며 입단속을 시켰다. 그리고는 돈꾸러미를 남출이에게 건네주었다. 남출이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네 놈이 만약 쪼끔이라도 삐끗한 짓을 하면 네 놈이 한 짓을 뗏꾼들한테 말할 것이다. 그리되면 네 놈은 몰매는 당연하고 우리 마을에서도 쫓겨나게 될 것이다!”

도사공 상두도 남출이에게 엄포를 놓았다.

“성님, 걱정 말드래유! 성님 덕분에 돈도 이리 받았는데 지 입을 그냥 쇳대로 콱 채울 꺼구만유!”

남출이가 입을 제 손으로 쥐어 잡으며 말했다.

“난 곧바로 따라 내려갈 테니 먼저 내려가거라!”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에게 말했다. 남출이가 신이 나서 숲에다 비탈진 길을 날 듯 내려갔다.

“도사공 어른 저 놈 괜찮을까요?”

“괜찮을 걸세! 아직 받을 돈이 있으니 여하한 일이 있어도 그 돈 욕심에 입을 열지는 않을걸세!”

미심쩍어하는 강수를 도사공 상두가 안심시켰다.

“도사공 어른, 청풍도가 놈들 속셈을 다 알았으니 우리는 북진여각으로 내려가 이놈들을 어찌 해야 할지 방법을 강구해야겠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여기 움막에서 뗏꾼들과 있다가 우리 연락을 받거든 그에 따라주십시오!”

강수가 도사공 상두에게 북진여각으로 내려가 청풍도가를 역으로 곤경에 빠뜨릴 방법을 강구한 뒤 연락을 하겠다며 그 뒤 함께 행동을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는 막골을 빠져나와 영월 맏밭 성두봉 객주와 영춘 심봉수 객주를 만난 뒤 서둘러 북진여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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