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닫은 무더위 쉼터
마을 인근 공원·정자 그늘 이용
자치단체도 뾰족한 대책 없어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한 무더위 쉼터에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한 무더위 쉼터에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충청매일 진재석 기자] 때 이른 무더위에 온열질환 취약계층인 노인들의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경로당 ‘무더위 쉼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무더위 속에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의 육체·정신적 건강관리에 우려가 나오지만 지자체들은 이들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충북 단양은 34.6도, 제천 34.4도, 충주 33.7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지난 22일에는 괴산과 청주지역은 낮 최고기온 34~35도를, 단양과 음성 등도 36도까지 치솟았다.

연일 이어진 폭염 속에서 선풍기 한 대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은 더위를 피해 그늘진 야외로 발을 돌리고 있다.

매해 여름마다 도내 각 지자체는 홀몸 노인 등을 위해 지역 경로당 등에 ‘무더위 쉼터’가 운영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운영이 불가한 상황이다.

도내 11개 시·군의 4천176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의 시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4일부터 모두 폐쇄조치 됐다.

지자체 등은 경로당 내 밀접 접촉이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폐쇄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충북도가 파악한 경로당 이용 노인들은 약 10만명으로, 이들 모두 경로당 폐쇄됨과 동시에 갈 곳을 잃었다.

이들에게 여름을 나는 유일한 방법은 인근 공원과 벤치, 정자 등에 자리를 잡고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이다.

지난 23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만난 80대 A씨는 “경로당이 문을 닫아 더위를 피하고자 공원을 찾았다”며 “더위는 지속하고 장맛비도 온다는 데 어디서 여름을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흥덕구 운천동에서도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몇몇 노인들이 집 근처 공원 벤치와 정자 등에서 연신 부채질만 하면서 땀을 식히고 있었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노인은 “집에 한 대 있는 선풍기만으로 버티기 힘들어 바람이 불고 그늘이 있는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길어질 폭염에 지자체들도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보다 넓은 대형 체육관과 학교 강당을 무더위 쉼터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생활 속 거리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운영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일부 지자체는 폭염 대책 관련 비용으로 선풍기를 구매해 필요한 노인들에게 후원을 계획했다. 그러나 정확한 수요파악이 어려울뿐더러 제한될 수밖에 없는 비용 탓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취약하고 정서적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격리 또는 단절은 위험할 수 있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염영숙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어르신들은 지역 경로당에서 서로 함께 생활하며 여름철 건광관리와 정서적 안정을 찾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오갈 곳이 없어진 어르신들을 위한 종합관리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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