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41)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9부 북진여각 상권을 굳히다(841)
  • 충청매일
  • 승인 2020.06.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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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그게 다요?”

“일이 다 끝나면 내려가서 또 그만큼을 주겠다 했구먼유.”

“나는 그 배에 스무 냥을 더 얹어주겠소! 그러니 아는 걸 다 말해야 하오!”

“백 냥을 말이래유?”

백 냥이라면 일반 백성은 생각도 못할 큰 돈이었다. 백 냥은커녕 열 냥도 한꺼번에 쥐어보기 힘든 돈이었다. 남출이처럼 바지런하고 땅마지기나 가지고 택택하게 사는 사람도 현금으로 열 냥을 손에 쥔다는 것은 평생에 몇 번 있을까말까 하는 돈이었다. 그런데 말만 잘하면 백 냥을 준단다. 그리고 그 돈꾸러미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남출이 입이 떠억 벌어졌다.

“그러니 어서 말해 보시오! 지금 청풍도가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오?”

“우리 골안 뗏꾼들을 붙잡아 놓을라구 그러는 거래유.”

이윽고 남출이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니, 뗏꾼들을 산속에 잡아놓고 뭘 하겠다는 거요?”

“그게 아니래유. 뗏꾼들을 잡아놓고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뗏꾼들을 볼모로 잡아놓고 있는 거래유!”

“볼모로? 뗏꾼을?”

두서도 없이 지껄여대는 남출이 이야기에 강수가 연거푸 물어댔다.

“그러니께 한 달포 전쯤 청풍도가에서 김주태라는 사람이 여러 사람들을 거느리고 날 찾아왔었드래유. 그러더니 일일이 뗏꾼들 사정을 물어보더니 나보구 뗏꾼들 계를 하나 만들어보라는 거유. 그래서 내가, 지금도 골안 뗏꾼들은 잘 뭉쳐있는데 뭣 때문에 그걸 또 만드냐고 하니께 이번에 좋은 하나 있다는 거래유. 그러면서 나한테 그걸 맡으라는 거래유. 그래서 내가 그랬지유. 내 말은 안 들을거구, 저기 상두 성님 말은 들을 테니 그리루 가보라구유.”

남출이가 앞에 서있는 도사공 상두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놈 꼬라지는 아는구먼. 그래, 뭐라드냐?”

“그랬더니 그들 하는 말이, 자기들도 아는데 그 도사공은 이번 일을 하는데 잘 안 맞는다는 거래유. 그래도 골안 뗏목꾼들을 한데 모으려면 그 성님 밖에 없다고 하니게 또 다른 얘기를 하는 거유.”

“뭔 얘기를 했습니까?”

“그럼, 그 일은 도사공한테 말해볼 테니 대신 나보구 하는 말이 당신은 뗏목꾼들 사이에 일어나는 세세한 일을 자기들한테 알려달라는 거유. 그래서 그게 왜 필요하냐고 했더니 이번 일은 한 사람이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곤란해서 그런다는 거유. 그래서 또 물었지유. 떼를 타다보면 여러 사정으로 타는 사람도 있고 못타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모두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느냐구요. 그래두 이번 일은 그리 해야한다나요 어쩐다나. 그러더니 돈을 내놓는 거래유. 그래서 별일도 아닌 것 같고, 돈 욕심도 나서 그만 승낙을 했드래유.”

“그건 우리도 알고 있다. 청풍도가에서 꾸미고 있는 그 일이 뭐냐? 쓸데없는 사설은 빼고 그 얘기를 얼른 해보거라!”

도사공 상두가 재촉했다.

“지두 첨에 몰렀드래유. 그런데 그놈들과 자주 만나다보니 그러드라구유. 한양에서 큰 집들을 짓는데 엄청난 목재가 필요할거래유. 그걸 청풍도가가 어떻게 해서 한몫 잡을라 그러는거래유.”

“청풍도가에서 뭘 어떻게 해서 한몫 잡는다는 겁니까? 지금 청풍도가는 지들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다급할 텐데 무슨 여력으로 여기 영월까지 올라와 산판을 벌인단 말이요?”

강수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며 남출이 말을 의심했다.

“그기 아니래유. 산판을 벌이는기 아니라 뗏꾼들을 이용해 먹을라 그러는 거래유!”

“뗏꾼들을 어떻게 이용해먹는단 말입니까?”

“생각을 해보드래유. 산판에서 아무리 나무를 해놓으면 뭘 해유. 뗏꾼들이 있어야 그걸 옮길 것 아니래유? 그러니까 뗏꾼들을 볼모로 목상들과 흥정을 할라구 그러는 것 같드만유. 지금 움막에 청풍도가 놈들은 뗏꾼들이 그걸 알아채리구 동요라도 할까봐 엄청 겁을 내구 있어유. 그래가지구 지가 움막에서 일어나는 자질한 얘기라도 들었다가 자들한테 전하구 있었드래유.”

바로 그것이었다. 남출이 이야기로 어느 정도 청풍도가 속셈은 드러났다. 북진여각에서도 짐작은 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산판을 벌이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청풍도가에서 산판을 벌일 형편은 되지 못했다. 지금 당장 한양에 공납할 물산과 청풍관아에서 빼간 관곡도 채워넣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한양에서 큰 공사가 벌어져 다량의 목재가 필요함을 알고 이걸 이용해 위기를 벗어날 궁리를 짜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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