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매수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매수라면 뭘 말하는 겐가?”

“이전부터 청풍도가와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놈들과 손을 잡았다면 돈에 넘어간 것 아니겠습니까. 돈에 넘어간 놈이니 돈으로 돌리자는 것이지요.”

“남출이 놈이 돈이라면 사죽을 못 쓰긴 하지만…….”

“저런 놈은 매질로도, 설득으로도 힘듭니다. 설사 매질에 못 이겨 불었다손 치더라도 언제 또 변할지 모릅니다. 또 우리 얘기에 동조했다 하더라도 내려가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그러니 돈을 왕창 먹여 그 돈 욕심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어놓는 게 상책입니다!”

강수는 계속해서 남출이를 매수하자고 주장했다.

도사공 상두도 그 방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억지나 강압보다는 돈이든 뭐든 멕여 남출이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들고, 또 여기서 있었던 일을 함구하게 만들려면 강수 말처럼 돈을 쓰는 것이 좋을 성 싶었다. 잔칫집 상을 아무리 진수성찬으로 차렸어도 술이 빠지면 술꾼에게는 잘 차린 상이 아니었다. 술꾼에게는 술이 제일 먼저인 것처럼 돈 좋아하는 놈은 돈이 최고였다. 숲에서는 동몽회원들이 남출이를 닦달하는지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만 멈춰라!”

남출이는 나무에 묶인 채 매질을 당하고 있었다. 강수가 동몽회원을 향해 매질을 멈추라고 소리쳤다.

“대방, 이놈이 무조건 모른다는 소리만 하고 입을 열지 않어유. 이놈이 매로는 약발이 안 듣는 것 같어 나무에 거꾸로 매달고 몽둥이찜질을 할 참인데 왜 멈추라 하시우?”

“이런 놈은 미주바리가 빠지도록 당해야봐야 정을 다신다니까유!”

동몽회원들이 끝장을 볼 태세로 남출이를 노려보며 얼렀다.

“어떻하겠소? 저 눔들한테 더 고초를 당하시겠소, 아니면 나와 타협을 한 번 해보겠소? 지금 당신이 결정하시오!”

강수가 남출이에게 조건을 걸었다.

“이보드래유, 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왜들 이래유? 난 정말로 아무것도 아는 게 없구먼유. 상두 성님, 지가 어떤 눔인지 저들한테 말 좀 해주드래유!”

남출이가 발뺌을 하며 도사공 상두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남출아, 니가 어떤 놈인지는 내가 잘 알지. 니가 아무것도 생기는 게 없는데 청풍도가 앞잡이를 할 턱이 없다! 더 두들겨 맞기 전에 어서 실토를 하거라! 그러기 전에는 넌 여기서 풀려날 수 없다! 그러다 여기서 비명횡사 당하면 처자식하고 평생 애써 장만해놓은 고향 땅 아까워서 어쩌냐?”

도사공 상두가 겁을 주었다가 얼렀다가를 하며 남출이 마음을 흔들었다.

“성님, 지를 그렇게 생각했다니 섭섭하네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남출이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어떻하시겠소?”

강수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뭘 말이래유?”

“나와 타협을 해보겠느냐 이 말이요!”

“내가 뭘 타협할 게 있어야 말이지유?”

남출이 표정만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천연스러웠다.

“이래도 타협할 게 없겠소이까?”

강수가 허리춤을 두르고 있던 전대에서 엽전 꾸러미를 꺼내 남출이 코앞에 들이댔다.

“이게 뭐래유!”

남출이 눈깔이 주먹만해졌다.

“청풍도가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걸 다 주겠소!”

“이걸 다 준단 말이래유?”

“이깟 게 얼마나 되겠소. 말만 잘하면 이걸 다 줄 수도 있소!”

강수가 허리춤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걸 다 말이래유! 그런데 내가 아는 게 별반 있을까 모르겠는데…….”

전혀 아는 게 없다던 남출이가 여운을 남기며 말고리를 흐렸다.

“저런 꿩 병아리 같은 놈!”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에게 욕을 하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남출이는 이미 돈꾸러미에 눈이 멀어 남의 욕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 청풍도가에서는 얼마를 받았소?”

“스무 냥을 받았드래유.”

“저런 놈의 새끼! 다른 사람들은 닷 냥씩 받았는데 지 놈만 그 네 배를 받았구먼. 그래 그 돈을 받고 동무들을 꼬질렀단 말이냐?”

도사공 상두가 치를 떨며 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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