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뭔가 오해가 있는가 보래유! 내가 뭘 어쩠다구 이래유?”

남출이가 완강하게 부인했다.

“대방, 안되겠는대유. 이 놈을 저 나무에 거꾸로 매달고 매타작을 해야 바른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요!”

“맞어유, 대방! 저런 놈은 우선 똥물을 토하도록 매뜸질부터 해놔야 지가 한 잘못을 술술 풀어논다니까유!”

“전번에 그 지독한 놈도 다리뼈 두 개 작신 부러지고 나니 설사하듯 쫙쫙 쏟아냈잖우? 힘 빼지 말구 우선 저놈 주리부터 틉시다!”

동몽회원들이 돌아가며 남출이를 노려보며 겁박했다. 우락부락한 녀석들이 인상을 쓰며 금방이라도 요절을 낼 것처럼 달려들자 남출이 낯짝이 백회처럼 변했다.

“성님, 나한테 왜 그러는 거래유?”

다급해지자 남출이가 자신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도사공 상두를 원망했다.

“남출이 자네 정말 몰라서 묻는 겐가?”

“성님, 도대체 내가 뭘 알고 있다구 자꾸 그러는 거래유?”

“정말?”

“예!”

남출이가 딱 잡아뗐다.

“그래도 제 입으로 실토할 줄 알었더니, 돼먹지 못한 놈! 어제 봉식이를 밀고한 놈이 네 놈이 아니면 누구란 말이냐?”

“성님, 그건 오해요!”

남출이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에라! 돼먹지 않은 씨종머리야!”

도사공 상두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남출이 낯짝을 냅다 쳤다.

“성님!”

“난, 네놈한테만 얘기했는데, 도가 놈들이 어떻게 알고 봉식이를 잡아다 그 지경을 만들었겠느냔 말이다. 네 놈이 아니면 귀신이라도 그랬단 말이냐? 말해 보거라!”

“그…… 그건…….”

남출이가 말을 잇지 못했다.

“네 놈이 내통자란 다른 증좌도 또 있다. 그러니 다른 것도 몽땅 털어놓거라! 그렇지 않으면 넌 오늘 여기서 이들에게 뼈도 못 추릴 거여!”

“성님 말대로 지가 도가 놈들한테 일러바친 것은 맞드래유. 허지만서두 지가 그들과 뭔 특별한 관계는 없어유. 난, 그저 그 댓가로 뭘 좀 조금 얻어먹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어유. 믿어주셔유!”

남출이 놈이 스스로 실토했다. 그런데 역시 눈치 하나는 타고난 놈이었다. 자기는 그저 뗏꾼들 동태만 살펴 무뢰배들한테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일 뿐이란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남출이의 진정한 속내는 자신의 신분을 감춰 더 이상 캐낼 비밀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었다.

“니놈이 여기로 올라오기 전부터 청풍도가 놈들과 꾸민 모사도 다 알고 묻는 것이다. 그것이 뭔지 바로 대거라! 또 떼를 타기 전 산판에 가서 일을 하자면서 막골까지 뗏꾼들을 가둬두고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연유가 뭐더냐? 지금 바로 대지 않으면 혼구멍이 날 것이다!”

도사공 상두가 청풍도가 놈들이 처음 영월에 올라와 동강 뗏꾼들을 모을 때부터 어떤 모사를 꾸몄는지 몽땅 실토하라며 남출이를 몰아붙였다.

“성님, 지는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드래유! 그놈들이 그런 긴한 얘기를 왜 저한테 한단 말이래유?”

남출이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보게들,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자네들 뜻대로 하게!”

도사공 상두가 동몽회원들에게 남출이를 데려다 삶아먹든 구워먹든 맘대로 하라며 넘겨버렸다.

“성님, 억울해유!”

동몽회원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남출이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제, 남출이가 증말루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게 아닐까유. 저렇게 아니라고 하는 걸 보니 괜한 사람을 잡는 것 같기도 하구…….”

길잡이 호상이가 미심쩍은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숲에서는 끌려간 남출이의 비명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아니다! 어젯밤 움막에서 도가 무뢰배놈들이 속닥거리며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것 분명 들었다. 남출이 놈이 단순한 고자질쟁이가 아니라 이번 청풍도가의 모사에 대해 깊은 곳까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도사공 상두는 확신했다.

“도사공 어른, 저런 놈들은 저렇게 호달군다고 되는 게 아닐 성 싶습니다. 다른 방법을 쓰면 어떻겠습니까?”

대방 강수가 상두에게 말했다.

“다른 방법?”

“저 놈 분명 청풍도가 놈들한테 상당한 약조를 받고 저럴 것입니다. 그러니 십중팔구 그것에 욕심이 나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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