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는 횡재수에 아가리가 바소쿠리만큼 벌어진 남출이가 도사공 상두를 따라나섰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상두는 이제껏 남에게 흰소리 한 번 친 법 없던 콩 심은데 콩 나는 사람인지라 꿩병아리처럼 약은 남출이 조차 추호의 의심도 없이 따라나섰다. 상두는 남출이를 숲으로 유인하면서도 ‘이 놈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하는 궁리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어제 봉식이가 청풍도가 무뢰배들에게 당한 것에 덤을 얹어 개잡듯 몽둥이찜질을 할까, 거꾸로 매달아놓고 똥물을 토할 때까지 매타작을 할까, 나무에 묶어놓고 사골이 빠지도록 주리를 틀까, 남출이를 어떻게 요리하면 바른말도 토하게 만들고 속도 시원할까 생각이 난무했다.

“성님, 횡재수가 있다면서 왜 자꾸 숲으로 들어가는 거래유? 혹시 보아둔 천종이라도 발견한 거래유?”

남출이는 지 놈이 어디로 가는지 땅찜도 못하면서 산삼 타령을 했다.

“니 놈 같으면 천종을 나한테 알리겄냐?”

“히히!”

남출이가 제 입으로 이야기를 해놓고도 가당찮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마음먹은 대로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요절을 내고 싶지만 도사공 상두는 어떤 방법이 최선일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남출이에게 매질을 가해 진실을 토설하게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이었다. 남출이를 닦달하고 치도곤해서 원하는 답을 얻었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남출이를 다시 청풍도가 놈들이 있는 움막으로 내려 보내야 했다. 만약 남출이를 잡아놓는다면, 청풍도가 무뢰배들은 남출이가 도망친 것으로 알고 몸을 사리거나 모든 계획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알아낼 것만 알아내고 남출이는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했다. 그런데 남출이 놈 입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남출이 놈이 풀려나 청풍도가 무뢰배들에게 돌아가게 되면 여기에서 있었던 일을 필히 고자질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겁박을 하거나 매로 다스려 입을 봉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붙잡혀있을 때 살아나기 위해 하는 임시방편이고, 여기서 벗어나기만 하면 어찌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상두가 강수 일행이 숨어있는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이런저런 궁리를 해봐도 워낙에 족제비 같은 놈이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남출아, 세상이 내 밥만 먹고 혼자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성님이 뭔 말씀을 하려 그러는지 지두 잘 알구 있드래유. 그렇지만 난 그런 거 몰러유. 난, 내 식구들이나 배곯지 않구, 땅 마지기나 장만해 도지나 받아먹고 사는 게 젤루 큰 꿈이래유. 남이 날 뭐라 욕해두 난 아무렇지도 않어유!”

도사공 상두가 남출이에게 동네사람들 평판을 말해주었지만, 남출이도 귀가 있는데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상두의 말에 남출이는 누가 뭐라든 제 식구만 굶기지 않으면 그게 자신의 최고 낙이라고 방파매기를 했다. 저 먹고 저 잘 살겠다고 하는데 상두도 달리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남출아 다왔다. 여기다!”

“여기래유! 그란데 여서 뭔 횡재가 생긴대유?”

강수 일행이 숨어있는 숲에 당도하자 도사공 상두가 말했다. 그러자 남출이가 숲만 우거진 곳에서 무슨 횡재할 일이냐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남출이 아제, 여까지 오느라 땀 뺐겠내유?”

길잡이 호상이가 숲에서 얼굴을 드러내며 나왔다.

“호상이 너는 또 어짼 일이냐?”

“아제한테 볼일이 있어 왔지유.”

“나한테 뭔 볼일이 있다는 거냐?”

“곧 알게 될거래유!”

길잡이 호상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숨어있던 동몽회원들이 숲속에서 튀어나오며 남출이를 에워쌌다. 순간 남출이가 당황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남출이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님, 이게 뭔 일이래유?”

남출이가 도사공 상두에게 물었다.

“우리는 니가 내통자라는 걸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속일 생각일랑 말고 순순하게 모두 얘기를 해라!”

“성님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래유?”

남출이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남출이 아제, 아제가 지금까지 움막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더 잘 알 거 아니래유? 그러니까 봉변당하기 전에 실토 허슈!”

길잡이 호상이도 상두와 함께 남출이를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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