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목놓아 울어본다는 말이 있다. 화가 가슴이 답답하게 가득 차 있을 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 적이 있을 것이다. 울음은 아주 좋은 치료법이다. 약간의 울음은 슬픔에 가깝지만 크게 울고 나면 슬픔이 씻겨나간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도 있다. 우리 사회는 슬픈 감정을 드러내 놓고 표현하는 것을 미성숙한 것이라고 교육했다. 화병이란 우리나라 고유의 병명도 생겨났다. 아이고 어른이고 슬프면 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 문화를 오래 지켜왔다. 한 세상 살다 보면 누구라도 억울하고 분해서 엉엉 소리내 울고 싶은 날이 더러는 있는 게 당연하다.

서현 작가는 ‘눈물바다’라는 그림책을 통해 슬프면 서슴지 말고 펑펑 울라고 한다. 어른도 그렇지만 어쩌면 어른보다 더 힘들게 하루를 보낼지 모를 아이들에게도 따스한 위로와 시원한 유머를 선사한다. 슬픔을 껴안아 주는 눈물바다이야기이다.

‘나’는 오늘 시험은 망쳐버렸다. 그래서 점심은 맛이 없다. 짝꿍과 장난쳤는데 나만 혼난다. 설상가상으로 먹구름이 비를 쏟아낸다. 흠뻑 젖어 집에 오니 부모님은 싸우고 있다. 저녁밥을 남겼다고 엄마한테 혼난다. 머피의 날이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억울하고 짜증 났던 하루가 생각나 자꾸만 눈물이 난다. 창밖의 달님도 운다. 훌쩍 훌쩍 훌쩍. 밤새 모인 눈물은 바다가 된다. 혼돈의 눈물바다에는 여자 남자 공룡, 현재 상황을 중계하는 카메라맨과 아나운서, 동화 속에서 그리도 당당하고 멋있어서 나를 흥분하게 하고 때론 기죽게 했던 주인공, 영화 속 인물들도 모두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쓰러지는 빌딩, 나무, 새도, 나를 힘들게 한 모든 존재들이 나의 눈물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나는 침대 배 위에서 통쾌하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나의 눈물이 딱 그치면서 한바탕 파도가 휩쓸려 가자 소년은 결국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을 바다에서 건져준다. 그리고 본 모습을 찾아주려고 빨랫줄에 말린다.

이 책이 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말을 안 해도 바로 느낄 수가 있다.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 이 세 마디가 적절할 듯싶다. 눈물보다 더 좋은 치료제는 없다는 말이다. 한 아이가 현실에서 받은 상처는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아닌 눈물이란 보이지 않는 아주 경제적이고 너저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도 부담도 주지 않는 치료제이다.

아이들이 칭얼대는걸 못 견뎌 한다. 사실 자신들도 매일 울고 싶지만 그런 자신도 싫고 아이도 싫을 것이다. 어른 자신을 자책하고, 의무감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아이들의 울음을 왜곡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 해결에 산타할아버지, 망태할아버지, 도깨비들을 불러들인다. 아이가 우는 것은 표현의 한 방법이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우는 아이는 위로가 필요하니 긍정하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작가는 그냥 의무적으로 다그치며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편의 만화를 보듯 재미있게 환상여행을 하며 눈물이라는 멋진 카타르시스 약을 처방했다. 주인공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주 멋진 방법을 너무나 흥미롭고 약간은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통쾌하게 전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양한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들이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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